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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교야구 ‘꿈의 무대’… 출전만 해도 영광

입력 | 2024-08-24 01:40:00

[한국계高 고시엔 우승 ‘기적’]
교토국제고 우승 ‘고시엔’은
3441개팀 예선 거쳐 49개팀 출전
여름 고시엔, 봄 고시엔보다 더 권위





‘VICTORIBUS PALMAE’.

23일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들어 올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우승기 아래엔 이런 글이 있다. 붉은 기 바탕에 노란 글씨로 새겨져 있는데 라틴어로 ‘승자(勝者)에게 영광을’이라는 의미다.

일본에선 이른바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우승은 말할 것도 없고 출전하기만 해도 선수들이 일생의 영광으로 여기는 대회다. ‘고시엔’으로 불리는 대회는 마이니치신문이 3월에 주최하는 선발고교야구대회(일명 ‘봄 고시엔’)와 아사히신문이 8월에 개최하는 여름 고시엔이 있는데 여름 고시엔의 권위가 훨씬 더 높다. ‘센바쓰(選拔·선발)’로도 불리는 봄 고시엔은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출전 팀을 선발하고 일부 학교는 성적과 관계 없이 초청 팀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한다. 올해 봄 고시엔엔 32개 학교가 출전했다.

이에 비해 여름 고시엔은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지역 예선을 거친 49개 학교가 출전한다. 도쿄도(都)와 홋카이도(道)에서만 2개 학교가 출전하고 오사카 교토부와 나머지 43개현에선 지역 예선 우승 팀만 출전 기회를 얻는다. 이런 이유로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학교 선수들은 ‘센바즈루(千羽鶴)’를 고시엔 출전 학교에 선물하기도 한다. 센바즈루는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실로 이은 것인데 ‘비록 우리는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지역을 대표해 고시엔에서 잘 싸워달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만큼 일본의 고교야구 선수들에겐 여름 고시엔이 ‘꿈의 무대’인 것이다. 올해 여름 고시엔 지역 예선엔 모두 3441개 팀이 출전했다.

일본 야구가 여름 고시엔을 얼마나 대단하게 여기는지는 과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불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1981년 출범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초창기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회 시기가 8월로 여름 고시엔과 겹쳤기 때문이다.

여름 고시엔이 열린 고시엔 구장은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았는데 관련 알림 포스터엔 ‘기억의 어딘가에 성지(聖地)는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일본 야구의 성지 고시엔에서 펼쳐지는 꿈의 무대 최고 자리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차지한 것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