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건설공사비지수 30% 상승, 건자재·토지·인건비 모두 올라
8월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옛 청담삼익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에서 만난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청담르엘은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롯데건설 간 갈등으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갈등이 봉합됐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다시 시동
주된 갈등 원인은 공사비였다. 조합과 시공사는 2017년 8월 총공사비 3726억 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건설시장을 강타한 공사비 상승에 양측은 지난해 5월 총공사비를 6313억 원으로 58%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새로 출범한 조합 집행부가 기존 집행부의 공사비 책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초 예정된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공사비 수급이 어려워지자 롯데건설은 공사 현장에 “당사는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 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은 도급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향후 90일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월 1일부로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예고’였기에 실제 현장이 멈춰서진 않았다고 한다. 갈등이 표면화되자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서울시도 양측을 중재하고 나서 양측은 사업 정상화에 합의했다.
사업성 악화에 수도권 사전청약 취소 잇달아
하지만 건설시장 훈풍은 서울 주요 지역에 국한된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만 사전청약이 취소된 민간아파트 건설 현장은 6곳에 달한다.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영종 A41블록 한신더휴,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 등이다. 해당 사업 중단으로 무위에 그친 주택 공급 물량만 약 2100채에 달한다. 서울이라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외곽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한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부동산시장을 엄습한 공사비 상승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일각에선 물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화돼 더는 돌발 변수가 아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또한 잦아들었음에도 여전히 공사비가 꺾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다만 아파트 공사 원가와 항목별 비중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영업 기밀에 속하는 데다, 업체와 건설 현장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일부 건자재 품목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당장 공사비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가 건자재를 언제 확보했는지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토지비용도 감정평가를 받은 시점이 관건이다. 인건비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전에 산정됐다면 전면 수정이 불가능할 것이다.”
공사비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통계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자재, 인건비 등 자원의 물가 변동을 추정한 통계 지수다. 건설공사비지수는 6월 130.02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5% 올랐다(그래프 참조). 2020년 연 평균치를 100으로 봤을 때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6월 111.33에서 2022년 6월 124.92, 2023년 6월 127.42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공사비는 택지비와 함께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한다. 택지비는 말 그대로 땅값이고, 공사비에는 건자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 등이 포함된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아파트 3.3㎡당 공사비를 600만 원대로 추산한다. 입지에 따라 제각각인 땅값과 건설사 몫 이윤을 더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6월 사상 처음으로 4000만 원을 돌파했다(주택도시보증공사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 4000만 원 돌파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4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