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면 시간 OECD 꼴찌 잠 부족하면 의사결정 어려워져 직원 숙면 위해 힘쓰는 글로벌 기업 수면도 ‘공부’의 영역이다
임원으로 승진한 A 씨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렸다. 회의를 열고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점검했다. 그렇게 1년간 일중독에 빠져 살다 보니 심신이 지쳐갔다. 무엇보다 화가 자주 났다. 회의 중 사소한 일에 소리를 지른 적도 여러 번이다. A 씨를 둘러싼 주위의 평판은 점점 나빠졌다.
유능하고 성실했던 신임 임원 A 씨가 감정 기복이 심한 리더가 된 원인으로는 ‘수면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분노, 흥분 등 강한 감정을 촉발하는 편도체가 감정 반응을 평소 대비 60% 이상 증폭시킨다. A 씨 또한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어쩌다 일찍 귀가하는 날에도 머릿속엔 일 생각이 가득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의사결정을 위한 인지 기능을 망가뜨리지만, 우리 사회에선 잠을 적게 자는 것을 성실의 지표로 여긴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수험생들의 말이 그 사실을 대변한다. 한국의 직장인, 특히 리더들이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밤중에 일 생각을 거두고 숙면에 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8월 1호(398호)에 실린 ‘리더들을 위한 ‘꿀잠’ 가이드’를 요약해 소개한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인지 기능 외에도 창의성, 동기, 인내심, 업무 효율, 팀워크, 정신적 안정, 사회성 등 리더십의 주요한 요소들이 수면의 부족으로 와해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업무 관련 문제에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는 빈도와 횟수도 적어진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과제부터 창의성을 요구하는 복잡한 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업무 중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덜 힘든 과제를 선택한다. 즉, 창의적인 해결책을 덜 요구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다.
● 한국은 ‘수면 후진국’
● 숙면으로 생산성 향상해야
조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 스스로가 잠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 우선 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수면에 관한 교육, 영상, 책을 통해 수면이 왜 필요한지 배워야 한다. 운동, 식습관만큼 수면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즉, 아직까지 다른 리더들이 주목하지 않는 생산성의 치트키가 바로 수면인 셈이다.
기상 알람을 맞추는 것처럼 자러 갈 시간에 알람을 설정하며 하루 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숙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인 스트레스 또한 관리해야 한다. 잠에 드는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등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kmlee@mindroute.co.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