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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익숙하면서도 낯설어야 ‘사랑 받는 디자인’

입력 | 2024-08-26 03:00:00

어떤 디자인이 소비자 선택 받을까
과거 제품과 유사해 친숙하면서도
동시대 유행과는 달라야 심미성 충족





스마트폰이 막 등장했을 때 사용자들은 데이터를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헷갈려 했다. 하지만 애플의 터치 방식과 블랙베리의 키보드 입력 방식이 치열하게 디자인 전쟁을 벌인 끝에 지금은 터치 방식이 대중화됐다. 이 디자인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현재 챗GPT4o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머지않아 손가락이 아닌 음성으로 입력하는 방식이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디자인이 시장에서 채택돼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일까.

제품디자인은 사용자의 심미적 만족감과 제품 사용에 대한 이해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예쁜 제품이라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어렵다. 반대로 아무리 사용법을 이해하기 쉬워도 예쁘지 않으면 외면당하기 일쑤다. 따라서 제품디자이너는 심미성과 사용 이해도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에머리대 등의 연구진은 어떤 제품디자인이 이 균형을 유지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지 파악하기 위해 디자인 특허 출원안의 인용 기록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새로운 디자인이 과거 디자인과 적당히 비슷해서 친숙하지만 동시대의 디자인과 다른 경우, 즉 ‘정박된 차별화(Anchored Differentiation)’ 유형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유형은 과거 디자인과 유사해 사용자의 제품 이해를 도우면서 동시대의 디자인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어 사용자의 심미적 만족감을 충족시켰다.

반면 과거의 디자인과는 다르지만 동시대의 디자인과는 비슷한 경우, 즉 ‘유행의 차별화(Trended Differentiation)’ 유형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사용 이해도가 떨어지는데 동시대의 디자인과도 큰 차이가 없어 심미적 만족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연구진은 약 5만4000개의 디자인 특허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정박된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이 평균 유형의 디자인보다 기업가치를 10%가량 높이는 것을 발견했다. ‘유행의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과 비교하면 기업가치를 약 20%나 높였다. 연구진은 해당 결과를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잔디깎이로 실험을 시행했다. 이 실험에서도 피실험자들은 잔디깎이가 과거 디자인과 유사할 때 실용적 정보가 더 많다고 평가했고 동시대 디자인과 다를 때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과거 디자인으로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트렌드를 주도하는 유행에 휩쓸려 자칫 동시대의 디자인을 모방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런 ‘유행의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은 자칫 기업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사용자의 이해도와 심미적 만족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연속성을 통해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되 동시대의 경쟁 디자인과 차별화해야 한다.



이용훈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교수 yglee@tamu.edu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