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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흔든 입주도우미 2심도 무죄…동의 안 한 CCTV 증거능력은 인정

입력 | 2024-08-25 08:24:00

신생아 흔들어 학대한 혐의
1·2심 모두 아동학대는 무죄 선고
CCTV 증거능력 인정 여부 쟁점
1심서 인정 안 됐지만 2심은 인정



ⓒ뉴시스



신생아를 흔들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입주 산후도우미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동의 없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강희석·조은아·곽정한)는 지난 21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50대 A씨와 60대 B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산후도우미 업체 소속인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산모 C씨의 집에서 생후 10일 된 신생아의 머리를 왼쪽 허벅지에 올려두고 다리를 심하게 흔들어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와 함께 같은 해 1월 또 다른 산모의 집에서 생후 60일 아기를 흔들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빠르게 밀고 당기고 B씨는 짐볼 위에 앉아 신생아의 목을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 안고 위아래로 반동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공판 과정부터 해당 재판의 쟁점은 이 모습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증거능력이 있는지였다.

A씨는 해당 CCTV가 촬영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C씨 측은 묵시적 동의를 받고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률이 정한 고지사항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CCTV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CCTV 설치 및 촬영이 정보 주체인 피고인의 적법한 동의 없이 이뤄지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및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CCTV 영상의 촬영에 관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적법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지만 1심과 달리 CCTV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당시 영아로 신체적 학대 행위를 방어하거나 부모에게 전달할 능력이 없었던 점 ▲부모가 돌봄 행태 전부를 내내 지켜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녹화 외에 피해 아동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나아가 “아동학대 범죄는 대체로 부모가 현장에 부재한 가운데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체적 범행 내용 등을 밝혀줄 수 있는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아니라고 해도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해 보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생속도에 문제가 있던 또 다른 산모의 CCTV는 검찰이 1심에서 원래 속도로 복원해 추가 제출했지만 재생 문제 등을 이유로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1·2심 재판부는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달랐지만 A씨와 B씨의 아동학대 혐의가 무죄라는 판단은 같았다.

1심은 지난해 8월 이들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각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신체적 학대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