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소, 세계 1500개 정책 분석 효과적인 탄소 저감 정책 63개뿐 “보조금-규제 결합 형태 효과 커”
세계 각국 정부의 1500여 개 기후 정책 중 일부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정책은 오히려 관련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거나 각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유의미한 정책은 관심 밖에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니카 슈테헤메서 독일 포츠담대 기후영향연구소(PIK)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시행된 1500개의 기후 정책을 평가한 결과 6000만 t 이상의 탄소 배출 저감에 성공한 정책은 63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정책 일부는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 노력에 대해 명확하면서도 냉정한 관점을 제시한다”고 자평했다.
전 세계 정부는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후속 협정 격인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당사국이 배출 감축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수천 개의 기후정책 중 어떤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그 결과 탄소 배출량을 6000만∼1억8000만 t까지 줄이는 데 성공한 정책은 63개에 불과했다. 또 그간 알려진 바와 달리 단일 정책이 시행됐을 때보다 복수 정책이 같은 시기에 시행됐을 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효과가 큰 정책 사례의 특징으로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강력한 규제가 결합된 형태를 제시했다. 정책이 시행되는 국가나 부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탄소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의 전력 창출 산업에서 높은 감축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정책을 식별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가 정부의 유의미한 개입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