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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카메라가 철판 각도까지 감시… 포항제철소 AI 혁신 현장 가보니

입력 | 2024-08-25 16:38:00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에서 AI를 탑재한 스마트 CCTV가 슬라브 사행 여부를 감시하는 모습. 포스코DX 제공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두 대의 스마트 폐쇄회로(CC)TV가 시뻘건 슬라브(철강 반제품)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슬라브 온도는 1000도에 달한다. 길이 8m, 무게 35t(톤)에 이르는 슬라브가 자칫 정상 각도를 벗어나 설비와 부딪히면 연주공장 전체가 멈추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운전실. 포스코DX 제공

윤일용 포스코DX AI개발센터장은 “스마트 CCTV의 AI가 슬라브의 중심점과 각도를 영상 프레임 단위로 살피며 슬라브가 벨트에 제대로 놓여 있는지 감지한다”고 설명했다. 슬라브가 비스듬히 놓여 있는 등 사행을 발견하면 즉시 작업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자체적으로 라인을 중단시킨다. 덕분에 운전실 직원들은 10대가 넘는 모니터를 하루 종일 바라봐야 하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한 현장 직원은 “사고를 일차적으로 방지하는 장치가 생겨 안정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포항제철소 선재제품 검수장에서 AI를 탑재한 스마트 CCTV가 차량에 실린 제품 라벨들을 자동으로 검수하고 있다. 포스코DX 제공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제품) 검수장에선 송장 정보와 선재에 붙은 라벨을 대조하는 업무를 AI가 대신하고 있었다. 선재 14개를 실은 대형 트럭이 검수 운전실 A동으로 진입하자 라인 좌우 상단에 설치된 스마트 CCTV 12대가 선재에 부착된 라벨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하루 약 3000개 제품 라벨을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대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곤 했다. 제품 라벨이 검수 위치 반대편에 부착돼 있으면 사람이 적재 차량 위에 올라가 확인해야 하는 안전 문제도 있었다.

선재제품 라벨 자동검수 모니터링 화면. 포스코DX 제공

안성훈 포스코DX IT사업실 스마트팩토리그룹 PM은 “일반 카메라처럼 고정 화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직접 카메라를 조종해 라벨을 추적한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화면은 실시간으로 검수 운전실 모니터에 중계됐다. 비뚤게 부착된 라벨이 잘 읽히지 않자, AI가 카메라를 좌우로 회전, 확대‧축소해 가며 화면을 조정했다. 2분여 만에 라벨 14개가 모두 인식됐다.

포항제철소 용선 운송 기관차 운전실. 포스코DX 제공

뜨거운 쇳물을 나르는 운송 기관차의 안전도 AI가 책임지고 있었다. 비전(Vision) AI 솔루션이 건널목 주변의 장애물을 인식해 철도 기관사에게 알려주면 기관사가 사전에 감속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날 철도 정비공장 인근 건널목에선 주황색 기관차들이 쇳물을 담은 거대한 용선운반차(TLC) 두 대를 매달고 분주하게 철로를 오갔다. 박지윤 포스코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 사원은 “하나당 600톤에 달하는 TLC 무게 탓에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100m가 넘는다”며 “AI 기술 개발로 긴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제조업 현장에서 디지털전환(DX)을 가속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과 생산성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제조업 AI 도입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리서치 전문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AI 시장이 2023년 1502억 달러(약 200조 원)에서 2030년 1조3452억 달러까지 9배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포스코DX는 산업용 AI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AI기술센터를 신설하고 제철소, 이차전지 소재공장 등 다양한 산업현장으로 AI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포스코 제철소의 작업 환경과 조업 노하우가 녹아 든 DX 기술을 바탕으로 꼭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과 위험한 현장에서의 작업 등을 중심으로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