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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프, 러시아 검열에 반발해 텔레그램 제작…머스크 ‘석방’ 촉구

입력 | 2024-08-25 19:45:00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상 전장(戰場)’이다.”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40)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을 두고 로이터통신이 내린 진단이다. 2013년 출시 때만 해도 ‘익명성 강화’ ‘중립 플랫폼’ 등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에 사용자 정보 및 대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텔레그램이 전쟁 및 테러에 관한 각종 허위 정보 등을 공유하는 ‘범죄 창구’로 전락한 데다, 두로프 또한 이를 제어하지 못해 체포됐다는 것이다.

● 전쟁, 테러, 마약, 폭력 정보의 유통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 허위 정보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극우 세력이 전국 곳곳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시위를 벌였을 때도 텔레그램을 통해 무슬림에 관한 허위 사실이 대거 유포되면서 극우 세력의 폭력을 부추겼다. 21일 북유럽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최근 기승하는 자국 내 폭력조직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구성원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층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을 때도 주로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마약 거래에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의 NL타임스는 올해 1월 “지난해 기준 250만 여건의 마약 관련 메시지가 텔레그램에 게재됐다”고 전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된 마약에는 코케인과 엑스터시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 ‘검열’ 피하려다 ‘익명 범죄 소굴’로

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3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우크라이나계”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형 니콜라이(44)와 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를 창업했다. 출시 2년 만에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성공했지만 이후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당국과 줄곧 대립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당국은 VK 측에 지속적으로 “반러 성향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계정을 삭제하라”고 압박했다. 두로프는 거부했다. 2014년 4월 VK CEO직에서 물러났고 독일로 망명했다.

이처럼 당국의 사용자 정보 요구와 검열 압박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두로프는 이에 대한 반발로 2013년 8월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철저한 익명성 보장 등으로 최소 9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도 구준히 사용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두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텔레그램 사용자가 하루에 최대 250만 명까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 또한 수시로 옮기는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등을 거쳐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뒀다.

● 머스크 “두로프 석방” 촉구


다만 프랑스 당국이 명확한 혐의를 공개하지 않고 두로프를 전격 체포한 것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 ‘X’에 “파벨을 풀어 줘라(Free Pavel)”라고 썼다. 11월 미 대선에 출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또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라”며 두로프 석방을 촉구했다.

두로프의 독특한 성향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노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자신의 정자 제공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세계 12개국 수십 쌍의 부부에게 나의 ‘고품질 정자’를 기증해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낳았다. 저출산 완화에 기여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에도 운동으로 다져진 상반신 노출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포브스 기준 자산이 최소 155억 달러(약 20조599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