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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자주 잃어버린다면 ADHD 의심해 봐야[김지용의 마음처방]

입력 | 2024-08-25 23:00:00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올해 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스럽다. 땀을 뻘뻘 흘린 채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분의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창밖에선 엄청난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이내 어두워진 목소리의 독백을 자주 듣게 된다. “아 맞다. 우산….”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진료실에서는 유독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하는 질환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이다. 잦은 분실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ADHD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단 기준 자체에 들어 있을 정도이니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ADHD의 경우 주의 집중을 지속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하기 위해서, 몇 분 뒤 집에서 나갈 때 잘 챙겨 가기 위해서는 주의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데 ADHD를 가진 분들은 휴대전화 메시지, 타인과의 대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등 다양한 자극들에 의해 주의가 너무 쉽게 흐트러진다. 또한 충동성이 크다. 다음 일정이 있더라도 자리를 떠나기 전에 놓친 것은 없는지 차분하게 되돌아봐야 하는데, 지각하게 되었다며 충동적으로 떠난 자리 뒤에 잊힌 물건들이 있다. 또한 조직화 능력 부족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두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환경 속에 사는 경우가 많기에 분실 가능성은 더 올라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타고난 질환의 특성이 고쳐질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갖고 살아온 이런 특징을 그저 성격처럼 여기고 포기해 버린 분도 많다. 하지만 ADHD는 단순히 게으르거나 멍청한 것이 아니다. 뇌의 특정 기능에 약점이 있는 것인데, 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아주 작은 습관부터 쌓아 나가야 한다. 사람의 뇌엔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에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성인의 뇌도 조금씩 변해 간다.

첫번째로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체계적인 정리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잘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에 들어오면 열쇠와 지갑, 자동차 키를 항상 같은 자리에 두는 것부터 말이다.

두 번째로, 시각적 도구의 활용이다. 메모지나 스티커, 색깔 코드 등을 사용해 물건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두면 기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을 놓고 나가려다 가도 ‘아 맞다, 스티커 붙여 놓은 거 있었지!’라며 한 번 더 체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청각적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산 책상 옆에 뒀어. 이따 나갈 때 챙겨야 돼’라고 혼잣말을 소리 내어 하는 것이다. 의미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우리의 주의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생 살아온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에 의해 우리 뇌와 우리 삶은 분명히 변한다. 지금 바로 스스로 소리 내어 말해 보자. “이따가 우산 들고 나갈 거지?”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8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3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