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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 새는 김포공항 관제탑… “장비 고장땐 공항 마비”

입력 | 2024-08-26 03:00:00

관제실 내부 등 세차례 누수 피해… 장비-케이블 쪽으로도 물 들어와
한달 넘게 비닐-양동이로 임시조치… 누수 확대되자 뒤늦게 방수작업
“36년된 관제탑 낙후… 신축해야”



21일 김포국제공항 관제탑 관제실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와 직원들이 창 틈에 올려놓은 수건 등이 보인다. 이는 관제용 장비와 전선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임시 조치다. 독자 제공



김포국제공항의 가장 높은 곳에서 비행기 운항과 안전을 지시하는 관제탑에서 비가 실내로 들어오는 누수 현상이 발생해 긴급 방수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한 관제 장비에 물이 들어가면 관제 마비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은 지 36년 된 낡은 김포공항 관제탑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5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7∼8일과 16∼18일, 이달 2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김포공항 관제탑 관제실 내부 및 관제탑 1층 천장 등에 비가 새어 들어왔다. 당시 비가 약 20∼130mm 내렸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영상을 보면 관제탑 천장과 관제탑 전면 유리창 등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물이 벽과 문 틈을 타고 전선이 얽혀 있는 곳으로 흘렀다. 직원들은 천장과 유리창을 비닐로 막거나 양동이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냈다.

7월 중순부터는 누수 범위가 점차 넓어져 관제사들이 공항을 내려다보는 관제석 전면 유리 틈새로도 물이 새어 들어왔다. 특히 창 아래쪽에 있는 관제 장비와 전원 공급선, 관제 정보가 전송되는 케이블 쪽 등으로도 물이 들어왔다. 관제 장비는 물이 들어가면 고장이 날 수 있으며 이는 관제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직원들은 비닐로 장비를 감싸 보호했고, 다행히 관제 장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지난달 상황을 보고 받은 서울지방항공청과 김포공항 관리주체인 한국공항공사 측은 관제 업무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임시 조치만 취하고 관제를 계속 진행했다. 그러나 누수 범위가 점차 확대되자 상황 발생 한 달이 넘은 23일부터 방수 작업을 시작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서울지방항공청이 지난달 누수 공사를 요청했고, 이후 유지보수업체 선정 작업을 거쳐 장비손상 방지를 위해 관제탑 옥상과 창틀에 대한 방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방수 작업은 임시 조치일 뿐 새로운 관제탑 건설까지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포국제공항 관제탑은 1988년 준공됐다. 건물이 지어진 지 36년이 넘어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강풍 발생 시 흔들림 현상이 발생해 일부 관제사들은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평균 풍속 60노트(시속 약 110km),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건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라고 설명한다.

관제실 내부 기둥 때문에 일부 공항 구역이 보이지 않는 차폐(遮蔽) 현상도 문제다. 항공기 이착륙 시 기둥에 가려져 착륙 지점과 횡단 지점 등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각지대는 감시 카메라로 지켜보며 관제를 하고 있지만 사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로 제주국제공항은 2018년 관제실 내 기둥이 공항을 가리는 현상으로 비행기가 충돌할 뻔한 것을 계기로 2022년부터 관제탑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공간이 작아서 신규 장비 도입이나 관제사 휴식 공간 등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김포공항은 하루 평균 400대 이상 항공기가 드나드는데, 핵심 안전 시설인 관제탑이 낙후돼 문제가 생기면 비행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