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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명에 1500억 가로챈 최대 보이스피싱… 中서 37명 체포, 총책 등 4명 우선 국내이송

입력 | 2024-08-26 03:00:00

검사 사칭-가짜 영장 만들어 범행
조롱당한 피해자 목숨 끊기도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총 1511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중국에서 공안과 우리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액 기준으로 단일 보이스피싱 조직이 저지른 최대 규모 범죄로 피해자만 1900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조롱당한 피해자는 목숨을 끊기도 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중국 공안부와 협조해 한국인 보이스피싱 총책 A 씨 등 4명을 중국에서 붙잡아 22, 23일 이틀에 걸쳐 국내로 이송했다. ‘김○○파’라는 조직 소속인 이들은 2017년부터 중국 항저우, 다롄 등을 근거지로 삼아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만 1923명에 이른다.

경찰은 2020년부터 김○○파를 뒤쫓다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2022년에는 중국 내 소재지를 파악했고, 공안과 협동 작전을 벌인 끝에 같은 해 11월 항저우에서 조직원 8명을 검거했다.

올해 3월에는 다롄의 은신처에서 총책인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조직원 29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붙잡힌 이들 중 18명에 대한 한국 이송을 결정했고, 이들 중 죄질이 가장 좋지 않은 4명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김○○파의 전체 조직 규모는 9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송환된 이들 중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도 있었다. 조직원 B 씨는 2019년 전화금융사기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할 당시 “피해금을 돌려 달라”고 호소한 피해자를 조롱했고, 해당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직원 C 씨는 스스로를 ‘검사’라고 사칭하며 실제 검사 사진을 입힌 가짜 공무원증 등을 범행에 사용했다. 이들은 가짜로 만든 사전 구속영장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수사 담당인 충남경찰청을 중심으로 송환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남아 있는 14명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안에 국내 송환을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해외에 있는 범죄조직에 대해 강력한 단속 및 검거를 하고, 말단 조직원부터 총책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