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세심하고 꼼꼼한 전문가의 소견을 거대하고 비싼 CT 기계보다 더 신뢰해야 한다.”
―크리스티안 구트 ‘나는 왜 늘 아픈가’ 중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이런 환자들의 행동에 일침을 놓는다. CT 1번에 엑스레이 50번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촬영은 신중해야 한다거나, 약은 부작용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정확한 용량을 복용해야 한다는 충고는 환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치료나 검사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주장은 분명 근거가 있다. 병의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료행위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치료와 부작용을 줄이려는 취지로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는 25개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의료전문인 스스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과잉 의료 행위로 환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정진료 목록을 보급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에는 2016년 의학한림원이 캠페인을 도입해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35개 의학회가 참여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개발해오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앞으로도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건강한 의료 이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