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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중현]프랑스에서 체포된 ‘어둠의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입력 | 2024-08-25 23:18:00



텔레그램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40)의 별명은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다. 저커버그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이용자가 30억 명인데 텔레그램은 9억5000만 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자기 메시지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의 인기는 양지의 모든 SNS를 압도한다.

▷‘어둠의 메신저’ 텔레그램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두로프가 지난 주말 파리 외곽 부르제 공항에 자신의 전용기를 착륙시켰다가 프랑스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프랑스 당국은 각국 정부의 범죄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해온 두로프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마약 밀매, 아동 착취, 테러 등의 범죄를 방조한 것으로 본다. 수배 중인 줄 알면서 입국한 이유가 불분명하지만 장기 징역형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메시지 암호화, 대화방 폭파 기능 등을 갖춘 텔레그램은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두로프가 사업 초기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각국 정부의 범죄자료 제공 요청을 완강히 거부한 덕에 구린 게 많은 글로벌 범죄자들이 안심하고 머무는 놀이터가 됐다. 러시아에서 메신저 회사를 운영하던 두로프가 10년 전 독일로 망명한 것이나 텔레그램 본사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둔 명분도 개인정보 보호다.

▷한국에선 마약 유통·판매의 70% 이상이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사기범들도 텔레그램에 리딩방을 개설해 투자자를 유혹한다. 42년 형을 받은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의 활동 무대도 텔레그램이었다. 각국 사법당국은 텔레그램의 막대한 운영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범죄 수익과 연관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텔레그램은 정치인들에게도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재작년 7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은 앱도 텔레그램이다. 지난달엔 한동훈 대표 후보자의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읽씹’ 논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올해 1월 성희롱 논란이 있는 총선 후보의 징계 수위를 테러로 입원 중이던 이재명 대표와 텔레그램으로 상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텔레그램 측은 이용자 간 대화가 끝난 뒤엔 자사 서버에 메시지가 전혀 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엄밀하게 검증된 적은 없다. 텔레그램 이용이 많은 만큼 어떤 계기로 메시지의 일부가 공개되기라도 한다면 2010년 미국의 기밀자료가 대거 폭로된 ‘위키리크스 사건’급 충격이 올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두로프 체포로 잠 못 이루는 텔레그램 이용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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