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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유종]“베트남 증시 상장이 목표”… 동남아 진출하는 韓 병원들

입력 | 2024-08-25 23:15:00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2018년 5월 경남 진주시 S치과의원은 자본금 122억 동(약 6억5000만 원)으로 베트남 호찌민 2군 주상복합건물에 약 230m²(약 70평) 규모로 치과의원을 열었다. 스타벅스와 CGV영화관 등이 들어선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 건물이다. S치과의원은 이후 호찌민 10군과 하노이에도 추가로 의원을 개설했다. 현지에 진출한 의료인들은 “베트남엔 치의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전문성이 많이 부족하다.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 전주 예수병원도 올해 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진출해 종합병원(300병상) 건립과 의대, 치대, 간호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병의원 설립, 운영 컨설팅, 수탁 운영 등 의료 관련 해외 누적 투자는 31개 국가, 205건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소 주춤했던 기간이 있지만 최근 9년간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45.8%에 달한다. 중국과 미국, 중동 등에 많이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왜 해외로 가는 것일까.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은 의사 등 의료인만이 설립하거나 투자할 수 있다. 규모를 더 키우고 싶어도 비의료인의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시장도 사실상 포화상태라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베트남에선 외국인이 100% 투자할 수 있으며 의사가 아니라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누구나 투자자를 모아 기업처럼 의료 사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의사들은 “베트남 증시에 한국 병원 최초로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의료 규제 철폐에 적극적인 현지 분위기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의사의 개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필리핀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풀었다. 낡은 현지 공공병원들은 외부 투자를 받아 최신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신약 치료, 비대면 진료 등 국내에선 제한적인 영역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넘어야 할 장벽도 존재한다. 한국 의사가 베트남 현지 의사 면허증을 받더라도 일부 진료만 할 수 있다. 현지에 전임자를 두기엔 비용 문제 등이 커서 현지를 오가며 진료하지만 응급 상황에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현지 보건당국의 잦은 단속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반면 현지에 진출한 병원들은 의료진 파견, 수익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개인 병원’이라고 불리는 영세성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바이오 벤처기업 등과 함께 진출해 동반 성장이 가능하며 사회공헌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쌓고 국가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다.

싱가포르 래플스메디컬그룹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13곳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기업형 병원으로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의료개혁을 시행한 후 민간 의료를 집중적으로 육성했고 병원들이 해외에도 진출하며 경쟁하고 있다. 의료는 공익성이 강하지만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고 수익을 내야 하는 경영의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바이오, 금융, 관광 등으로 파급 효과도 크다. 부디 국내 병원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