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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계 빚, 첫 3000조 넘어… 경기회복 더뎌질수도

입력 | 2024-08-26 03:00:00

2년째 세수펑크-부동산 ‘영끌’ 여파
2분기에만 44조 늘어 3042조원
원리금 상환 부담에 내수 부진 비상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이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과 감세 등으로 세수가 줄고,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며 ‘빚투’ ‘영끌’이 되살아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탓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빚 때문에 앞으로 경기 회복이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중앙정부 채무와 가계신용 합계는 3042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1.25배 수준으로, 정부와 가계 빚이 3000조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과 결제 이전 카드 사용액을 더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특히 2분기(4∼6월)에 늘어난 정부와 가계 빚은 44조 원으로, 올 1분기(1∼3월) 증가 폭(20조 원)의 2배가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절정이었던 2021년 3분기(7∼9월·63조 원)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중앙정부 채무는 6월 말 1145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1115조5000억 원)보다 30조4000억 원 늘었다. 2년째 세수 펑크와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국고채 발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가계부채는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2분기에만 13조8000억 원 증가하며 1896조2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빚이 늘면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인해 내수가 부진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를 줄이고 세수 확충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올 2분기 1년 전보다 2.9% 감소해 9개 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빚 사흘새 1.3조 급증… DSR한도 축소 검토


‘가계부채와 전쟁’에도 영끌 수요
주담대 이달 증가폭 역대최대 우려
갭투자 전세대출 제한 확대 추진
LTV 강화 등 고강도 대책 만지작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 높여 적용하는 등의 관리 방안을 내놨지만 대출 수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사흘 동안 가계부채는 1조3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더 강력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선 은행들의 DSR 한도 축소를 유도하되 가능한 모든 관리 수단을 검토해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 가계부채 대책에도 사흘 새 주담대 1.7조 원↑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2일 기준 722조52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기 전인 19일(721조2113억 원) 대비 1조3173억 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말(715조7383억 원)과 비교해도 6조7903억 원 증가했다.

앞서 20일 금융당국은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고 은행권이 신규 취급 가계대출에 대해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게 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사흘 새 주담대 잔액이 1조7105억 원 불어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9월 전으로 대출 실행을 앞당기겠다는 상담이 지난달 말, 이달 초부터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8월 주담대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7월 주담대 증가 폭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7월 5대 은행 주담대는 7조5975억 원 늘어나며 월별 대출 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인 바 있다.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전월(559조7501억 원)보다 6조1456억 원 급증한 565조89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월말까지 열흘 정도가 남은 만큼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7월의 증가 폭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듯 가계의 ‘영끌’ 수요에 경기 부진이 겹쳐 6월 말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은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6월 말 지방정부 채무를 제외한 국가채무와 가계신용 합계는 3042조 원에 달한다.

● 당국, “가계부채와의 전쟁” 선언

우선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대출을 더 조이게끔 함으로써 가계대출을 관리할 방침이다. 현재 일부 은행이 시행 중인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갭투자 전세대출 제한 등의 조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플러스모기지론(MCI·MCG) 중단에 따른 대출 한도 제한을 비롯해 주담대 거치기간 폐지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DSR 한도 자체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은행들로 하여금 이를 자체적으로 하향 조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연 소득의 40%를 대출 상환에 쓰는 것은 과하다”며 “은행권이 상환 능력을 판단해서 대출을 내줄 수 있도록 자체적인 DSR 관리 강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으면 △정책모기지, 전세대출 등으로 DSR 적용 범위 확대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등 과거와 같은 고강도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감소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관리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