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6개월] 보건의료노조 쟁의 투표 91% 찬성… 공공병원 31곳-민간병원 30곳 참여 응급실 등 필수인력 유지하지만… 의사-간호사 동시 이탈에 우려 커져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고령의 환자가 한 시간 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을 넘긴 가운데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29일 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동시에 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5일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61개 병원 조합원 2만9705명 중 2만4257명(81.7%)이 참여했고, 이 중 2만2101명(91.1%)이 찬성했다. 파업을 예고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공공병원 31개와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개다. 5대 대형 병원 중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병원 노조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지만 이들 두 곳은 노동쟁의 조정신청 대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의 임금 인상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경영진을 향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몇 배로 늘어난 노동강도에 번아웃(소진)되면서 버텨온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성실하게 교섭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선 “공공·필수·지역의료를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올바른 의료개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재정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령’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지속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응급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