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서로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면서도 ‘확전은 피하자’라며 긴장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양측은 공격 직후 각각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라고 자평하며 추가 대응은 자제해 전면전은 피했지만 정면 충돌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목표물을 선제타격했다.
양측은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공격을 막아냈다며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 15분 전 선제 타격으로 미사일 발사대를 모두 파괴해 헤즈볼라의 계획을 저지하고 위기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중심부를 향해 발사한 모든 드론을 요격했다”며 “우리는 헤즈볼라를 놀랍고도 압도적인 타격으로 공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것이 마지막 결정이 아니다”라며 향후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 이후 방어 태세로 돌아갔다며 당장 추가 공습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지역을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벤구리온 공항과 이스라엘 국방부를 포함한 텔아비브의 목표물에 (미사일 등을) 발사할 계획이 없다”고 이날 추가 대응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양측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는 점과 공습이 일단 종료됐다고 하면서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전면전은 피한 분위기다.
전직 이스라엘 고위 정보관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WSJ에 “(양측은) 억지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발은 감행해도 전쟁을 일으킬 용의는 없었다”라며 “지금은 모두가 만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국장도 이스라엘 측 사상자가 제한적인 것은 헤즈볼라가 분쟁을 피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공멸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정도에 만족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세력으로, 미사일과 로켓을 약 15만기 이상 보유해 마음만 먹으면 이스라엘의 최첨단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헤즈볼라 역시 현재 레바논의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과 전쟁에 나설 경우 국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쉬운 선택지가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 역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으며 미국 관리들은 중동 내 강화된 미군 주둔 계획에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오르나 미즈라히는 “미국의 대규모 주둔이 억지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대응이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긴 만큼, 전면전 우려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텔아비브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척 프레이리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일상적인 맞대응 공격이 이뤄지는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확전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야아리 연구원도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이 보복의 첫 단계라고 한 만큼, 이란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더 많은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라고 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