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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직원에게 연락하면 벌금 8500만 원”…법률 도입한 이 나라

입력 | 2024-08-26 14:30:00

호주, 오늘부터 ‘연락 끊을 권리’ 법 시행
비상상황이나 불규칙한 근무시간 직책은 예외



게티이미지코리아


호주에서 업무시간 이후에는 직장 상사로부터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법이 생긴다. 일명 ‘연락 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이다.

26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직장인들은 이날부터 업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상사의 전화나 이메일 등에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적용된다. 이는 직원들이 고용주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이 법이 고용주가 업무시간 이후에 근로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근로자가 고용주의 연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경우 응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무적으로 비상 상황이거나 불규칙한 근무 시간대의 직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연락을 거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WC)가 판단한다. 위원회는 해당 직원의 역할이나 고용주의 연락 이유 등 요소를 고려해 판단한다. FWC는 고용주에게 연락을 중단하게 할 수도 있으며, 근로자의 답변 거부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고용주에게 답변할 것을 명령할 수도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직원은 최대 1만 9000호주달러(약 1700만 원), 기업은 최대 9만 4000호주달러(약 8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연락 끊을 권리’ 법 도입을 환영했다. 호주 노동조합 위원회는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윈번 공과대학의 존 홉킨스 조교수는 BBC에 “더 나은 휴식을 취하고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조직에 더 오래 남을 것”이라며 “직원의 이익은 고용주의 이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고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레이철 압델노르는 로이터에 “우리 같은 사람에겐 이런 법이 정말 필요했다”며 “우리는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기기의 전원을 끄는 게 어려웠다”고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법이 도입 돼도 노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금융산업 종사자인 데이비드 브레넌은 로이터에 “훌륭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파급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도 “내가 종사하는 산업까지는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용주단체인 호주산업그룹은 이번 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협의나 고용주들에게 준비할 시간도 거의 주지 않은 채 뜬금없이 튀어나온 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모호한 법이 고용주와 근로자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며 “일자리도 덜 유연해질 것이고, 결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연간 평균 281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초과 업무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