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바 우크라이니!(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우크라이나 남성 좌식 배구 대표팀의 선수 제니아 코리네츠 씨(27)는 ‘좌식 배구’라는 생소한 종목에서 선수로 뛴 지 이제 막 1년이 됐다. 의무병이었던 그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왼쪽 허벅지 아래 부분을 모두 절단해야 했다.
그는 부상을 극복하고 좌식 배구 선수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6명의 선수가 모두 앉아서 팔과 상체의 힘으로 배구 경기를 하는 종목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패럴림픽이 열린다. 선수들은 패럴림픽 출전 또한 애국심의 표현 방법이자 러시아에 대한 항거 수단으로 여긴다. 우크라이나 남성 좌식 배구 대표팀은 동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리네츠 씨는 “분노, 부정, 우울 등 절단 환자들이 겪는 감정의 단계를 피할 수 없었지만 운동 덕분에 어려움을 빠르게 헤쳐나갔다”고 했다. 발레리 수슈케비치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위원회 위원장 또한 “스포츠는 전장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자신의 가치를 새로 발견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했다.
코리네츠 씨에게 의족은 낯선 도구가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30여 년 전 기차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유년 시절에 아버지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최근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자신을 보며 경례할 때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전쟁 후 신체적 다름에 대한 사회적 포용력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좌식 배구팀의 에이스 드미트로 멜니크 중사(45)는 어린 시절의 사고로 한쪽 다리가 약간 짧다. 러시아의 침공 후 최전선에서 무인기(드론) 부대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지뢰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 그는 “우리를 침공한 러시아를 생각하면 고된 임무도, 좌식 배구 훈련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