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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오후 식곤증을 물리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졸음을 몰아내고 흐리멍덩해진 머릿속을 맑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30분미만의 짧은 낮잠, 이른바 ‘파워 낮잠’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낮에 잠깐 동안 눈을 붙이면 뇌를 쉬게 하여 주의력을 더 높여준다. 졸음도 달아나게 한다.
“우리는 수면이 주의력, 집중력, 생산성, 창의력, 기분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쉽고 유용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백전백승의 패를 쥔 것과 같다”라고 48년간 수면을 연구한 미국 코넬 대학교 제임스 마스 교수는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밤에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까지 5단계로 이뤄진 약 90분이 소요되는 수면주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non-REM sleep. 눈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수면. 4단계로 구분하며 3·4단계는 깊은 수면에 해당하는 서파수면) 상태가 지속되다 얕은 잠을 자는 렘수면(REM sleep·급속 안구운동 수면. 깨어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상태를 잠깐 겪는 게 수면의 한 주기다.
낮잠 역시 이와 같은 주기를 따르기 때문에 마스 교수는 한 시간 동안의 낮잠을 추천하지 않는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수면 관성’이라는 현상 때문에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데 최대 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짧은 낮잠은 각성과 기억력에 특히 도움이 되는 2단계 수면만 포함 된다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수면 연구원 사라 메드닉 박사는 말한다.
“낮잠은 잠시 동안 저전력 모드로 전환하여 몸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과 같다”라고 메드닉 박사는 설명했다.
책 ‘낮잠을 자라, 당신의 삶을 바꿔라’(Take a Nap! Change Your Life)를 쓴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낮잠은 카페인이나 위약(플라세보)보다 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후에 마시는 커피가 세 가지 중 효과가 가장 떨어진다고 한다.
짧은 낮잠을 효과적으로 즐기려면 조용하고 어둡고 시원한 공간을 찾아 15~20분 후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는 게 좋다. 설령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느낄지라도 낮잠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메드닉 박사는 말한다. 사람들은 3단계의 깊은 수면인 ‘느린 파동(서파) 수면’에 도달할 때까지 잠이 들었다고 느끼지 못 한다. “뇌는 2단계 수면에 있을 때 여전히 주변 세계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면의 이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낮잠을 너무 늦게 자는 게 아니라면 야간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한 아침에 일어난 지 약 6~7시간 후에 낮잠을 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매일 같은 시각에 자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장인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도 올 1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짧은 낮잠은 강력한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며 “20분 정도가 효과적이다. 30분을 넘어가면 오히려 몸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위와 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밤에 잠들기 어려운 사람은 낮잠을 피해야 한다고 마스 교수는 조언한다. 특히 노인들은 낮에 너무 오래 자는 경향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