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하나은행 ‘홍대 H-Pulse’에서 열린 ‘청소년 불법 도박 예방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8.11/뉴스1
금융감독원이 26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를 했다. 두산그룹이 직전 증권신고서에서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비율을 동일하게 고수하자 압박 강도를 또 한 번 높이는 모습이다.
이날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 포괄적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앞서 금감원은 심사 결과 지난 16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증권 신고서는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또는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보내며 교환 비율을 현재 시장 가격으로 정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15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합병 비율은 원안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정된 시가 기준 합병 방식으로 비율을 정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이달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그룹 계열사 합병에서도 시가보다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불만이 있으면 사법적 구제를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젠슨 황이라든지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와 기업 목표를 설명하는데, 두산 경영진들은 투자자들에게 그런 노력을 하셨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