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상황 따라 계속 입장 바꾸며 대응 금감원 거센 압박에 결국 인정
23일 오후 10시 반 우리은행은 홈페이지에 금융사고 공시를 띄웁니다. 업무상 배임을 한 직원을 고소했다는 내용으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 대출을 내주는 데 관여한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얘기였습니다.
금요일 야심한 밤에 공시가 올라오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예정에 없던 설명자료를 배포하라 지시합니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미보고의 심각성에 대한 자료로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은행장을 향해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왜 이런 날 선 반응이 나왔을까요. 그간 우리은행의 ‘갈지자 행보’를 보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전임 회장 부당 대출 건을 인지했을 때부터 금융사고가 아님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어 12일 현 경영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부당 대출에 선을 그었습니다. 13일에는 금융사고가 아닌 것이라 판단해 금감원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까지 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이 원장이 “우리금융을 신뢰할 수 없다”며 메시지를 내고 22일 금감원이 추가 현장 검사에 나서자 23일 밤 ‘금융사고 공시’가 이뤄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직 회장 관련 문제였다면 경영진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해결 의지를 보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입장이 자꾸 달라지니 현 상황만 모면하자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대응이 오히려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더 주시하게 만든 셈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