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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주5일 밥상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

입력 | 2024-08-27 03:00:00

서울시, 주5일 경로당 점심 제공
올해 5월 총 47억 원 추경 확보
‘중식도우미’로 노인 일자리 연계
관내 경로당 전체로 단계적 확대



23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 경로당 노인들이 ‘주5일 밥상’으로 제공된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관내 일부 경로당에서 제공하는 주5일 점심 식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자, 다들 오셔서 식사하세요.”

23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 경로당 안.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김원조 씨(69)의 식사 공지에 배식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5개월 전부터 이 경로당에 다니기 시작한 김 씨는 최근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아침 9시 조금 넘으면 와서 30인분 정도의 식사를 준비한다”며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다들 맛있게 드셔주시니 일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관내 일부 경로당에서 제공하는 ‘주5일 점심 식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는 ‘주5일 밥상’으로 노인들의 영양을 챙기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교류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주5일 밥상과 노인 일자리 연계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은 총 3489곳이다. 이 중 65.1%인 2274곳이 주 5회 미만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특히 399곳은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아예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5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주5일 식사 제공’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위해 백미(양곡) 제공량을 기존 8포에서 12포로 늘리고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그 외에 반찬 비용과 중식 도우미 인력 비용 등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일정 비율로 나눠 분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총 47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각 자치구에 모두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주5일 밥상을 운영하기 위한 조리 인력을 ‘어르신 일자리’로 연계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중식 도우미로 일하게 되면 한 달에 30시간까지 최대 29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이분들이 점심을 만드시고 치우는 건 경로당에 계신 분들이 함께 도와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 교류 늘려 ‘심리적 안정’

시는 주5일 밥상으로 경로당 노인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고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식 제공이 확대되면 노인들이 경로당을 찾는 빈도가 늘고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는 만큼 우울증 예방 등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로당 현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개봉2동 경로당에 다니는 박규환 씨(79)는 “예전에 다니다 최근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식사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매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커피도 마시고 모여서 프로그램들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서옥구 씨(81)도 “예전에는 주 3, 4일 정도만 밥을 줬는데 지원을 받은 뒤부터는 매일 점심 식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인력 부족이나 경로당 자체 사정으로 중식 확대 제공을 희망하지 않았던 697곳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식사 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