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없고 방 5개뿐인 작은 절 작년 2100명 템플스테이 다녀가 1년 내내 쉬지않고 늘 꽉 찬 셈 “아무 것도 없어 진짜 쉼” 입소문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작은 절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이라고?
그런데 이 볼품없는(?) 절이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 불국사, 지리산 전남 구례 대화엄사, 국빈들을 모시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천년 전통 충남 예산 수덕사 등과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다니….
강원 강릉 현덕사 전경(위쪽 사진). 스님 2명이 있는 작은 절이지만 템플스테이로 지난해에만 2100명 넘게 다녀갔고, 조계종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절을 하고 있다. 현덕사 제공
템플스테이 옷으로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오니 주지 스님이 묻는다. “저녁 먹어야제?”
참가자들이 공양을 발우(鉢盂·스님들의 식기)로, 그것도 스님과 함께 먹는 곳은 굉장히 드물다. 크고 유명한 절일수록 참가자가 많아 대부분 식당에서 식탁에 앉아 먹는다. 미리 신청해야 하지만 현덕사가 발우공양이 가능한 건 역설적으로 작은 절이기 때문이다. 혼자 오거나 낮 동안 인근 휴양지에 놀러 간 사람도 있어 공양 인원이 보통 5, 6명을 넘지 않는다. 공양을 마치니 또 묻는다. “커피 마시제?”
강릉은 커피의 고장. 그만큼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내리는 주지 스님의 솜씨도 수준급이다. 올봄에는 한 관광회사에서 ‘현종 스님의 사발 커피’를 테마로 한 사찰 커피 여행 상품도 출시할 정도. 1999년 절을 처음 지었을 때 커피잔이 모자라 사발에 따라 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물론 당연히 차도 마실 수 있다.
체험형과 휴식형 프로그램이 있지만, 명상 프로그램(체험형) 외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는 없다. 공양간 벽에 걸린 ‘억지로라도 쉬어가라’가 주지 스님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참가자는 “유명 사찰 템플스테이는 관광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구에 밀집한 각종 음식점과 모텔, 많은 참가자를 수용하기 위해 절 밖에 콘도식으로 지은 숙소, 수업처럼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 등은 진짜 ‘절 맛’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또 다른 참가자는 “‘볼 것’이 많으면 온 김에 꼭 봐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느냐”라며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쉼’이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나서니 스님이 배웅을 나왔다.
“옥수수 좋아하제.”
“네.”
“가져가라.”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