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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金’ 2주만에 메이저 우승… 리디아 고 “동화 같은 이야기”

입력 | 2024-08-27 03:00:00

마지막 메이저 AIG 여자오픈 정상
3타 뒤진 4위로 출발 막판 역전극
8년 만에 메이저 3승째… 통산 21승, “역사적 장소에서 우승, 의미 더 커”
선두 출발 신지애, 2타 잃고 준우승



‘골퍼들의 다리’서 우승 트로피를… 리디아 고가 26일 골프의 발상지인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뒤 스윌컨 다리에 앉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였다. 1번홀과 18번홀 페어웨이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골프장의 상징과 같은 구조물로 일명 ‘골퍼들의 다리’로도 불린다. 세인트앤드루스=AP 뉴시스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올해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에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마치 동화에 나오는 인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파리 올림픽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도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우승 직후 그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새 목표는 무엇이냐”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은퇴하기 전에 메이저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2주 뒤 리디아 고는 또다시 동화 속 주인공이 됐다.

리디아 고는 26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이날 리디아 고는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그는 신지애, 인뤄닝(중국), 넬리 코르다, 릴리아 부(이상 미국) 등 공동 2위 선수들을 두 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42만5000달러(약 18억9000만 원)를 챙겼다.

리디아 고는 1월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챔피언스 이후 7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LPGA투어 통산 21승째를 거뒀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2016년 ANA 인스피레이션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2015년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선두 신지애에게 3타 차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리디아 고는 안정감 있게 타수를 줄여 나가다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종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전날까지 단독 선두로 12년 만에 이 대회 정상 탈환에 도전했던 신지애는 이날 두 타를 잃고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17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5위까지 밀렸던 신지애는 18번홀 버디로 잃었던 스코어를 만회했다. 2008년과 2012년 이 대회 챔피언인 신지애는 지난해 3위에 이어 올해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2주 새 올림픽 금메달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연달아 이뤄낸 리디아 고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자평했다. 이날 우승은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이룬 것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리디아 고는 “16세이던 2013년 이곳에서 처음 경기를 했다. 그때에 비해 나이가 더 들었지만 그만큼 더 현명해졌기를 바란다. 가족들과 함께 역사적인 장소에서 우승해 한 편의 동화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리디아 고의 골퍼 여정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른에 은퇴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이날 우승한 뒤에는 “올림픽 직전 누군가로부터 ‘명예의 전당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최종 목적지로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와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말을 듣고 명예의 전당에 가입해도 골프를 바로 그만두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내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