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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MBC 방문진 새 이사 임명 제동… 집행정지 인용

입력 | 2024-08-27 03:00:00

“방통위 2인체제 의결도 다툼 여지”
본안 1심까지 文정부 이사 체제로
방통위 “즉시 항고” 집행정지 재심리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부위원장.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 6명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가 이른바 ‘2인 체제’로 새 이사를 임명한 것이 적법한지 법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새 이사 임명을 보류시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26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 등 야권 추천 방문진 현직 이사 3명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신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여권 추천으로 새로 임명한 이사 6명의 임기는 권 이사장 등이 제기한 이사 선임 취소 소송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법조계에선 1심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방문진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사들을 주축으로 당분간 운영된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선임한 새 이사가 그대로 임명된다면 권 이사장 등이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본안소송 심리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권 이사장 등이 승소하더라도 직무를 수행하지 못해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사) 임명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의 ‘2인 체제’가 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한 것도 법원에서 정당성을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으로 방통위는 MBC 경영진 교체 등 현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법원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항고하면 서울고법이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재차 심리하게 된다.

이날 법원 결정에 국민의힘은 “행정기관(방통위) 결정이 사법부에 의해 침해됐다.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대통령실은 “항고심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쿠데타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 탈락한 3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했다.




‘文정부 방문진’ 체제 최소 1년 유지될듯… MBC경영진 교체 제동
법원, MBC방문진 새 이사 임명 제동
본안 소송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려… 現이사들, 임기 끝났지만 직무수행
‘여권 3:야권 6’ 구도로 되돌아가
법원, ‘2인 방통위 의결’ 문제 지적… 일부 “이진숙 탄핵심판에도 영향”

법원이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여권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필두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C 경영진 교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방통위는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때 주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이미 임기가 종료됐지만 그때까지 직무를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돼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의 충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MBC 경영진 조기교체 어려워져

방문진법에 따르면 새 이사가 오지 않을 경우 기존 이사들이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이달 12일 임기 만료된 이사 9명은 법원의 본안소송 판결까지 임기를 지속한다. 지난달 31일 방통위의 여권 몫 이사 6인 선정으로 방문진은 여야 6 대 3의 구도를 갖게 됐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을 통해 기존대로 여야 3 대 6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 것.

법원은 방통위의 이른바 ‘2인 체제’ 구성 및 의결의 위법성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통위 2인 위원들의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방통위 측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여권은 KBS에 이어 MBC에 대한 공영방송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 있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방문진 이사 교체 후 2026년 2월까지 임기인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하게 됐다.

● 방통위 ‘2인 체제’ 논란 격화될 듯

헌법재판소가 다음 달 3일부터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 절차에도 돌입하는 가운데 이날 법원 결정이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탄핵소추 의결 당시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점을 핵심 이유로 들었는데 법원도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26일 결정에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2인 위원 체제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방통위는 즉시 항고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 관련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 결정 관련 질의에 “본안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면서도 항고를 통해 위법성을 따져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온 ‘방통위 2인 체제’의 변화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21일 “민주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이고 김태규 부위원장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여야 2 대 2, 4인 체제를 만들어 극한 대치를 격화하고 식물 방통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절차는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방통위 업무 일부 차질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EBS 이사 추천안 의결, 연말에는 MBC 재허가 심사계획 마련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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