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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공확장술-반강성고정술로 척추 치료의 새 지평 열어”

입력 | 2024-08-28 03:00:00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원장, 日-獨-美 연수로 익힌
술기 토대로 의료기기 직접 개발하고
장기 추적 결과로 효과성 인정받아
“널리 기술 보급하려 정교화에 온 힘”



해외 참관 의료진에게 추간공확장술 원리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접목 연구 방향을 설명 중인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서울 광혜병원 제공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척추질환 치료와 연구에 매진해온 자신의 인생 역정이 숙명의 끈으로 이어져 여기까지 이끈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 결과물이 척추 비수술에서 척추 수술까지 척추 토털 케어 시스템을 갖춘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광혜병원이다.

박 대표원장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뒤따른다. 추간공확장술과 반강성고정술을 개발한 ‘척추 명의’, 척추 비수술에서 척추 수술까지 한·미·일 특허를 보유한 ‘특허 부자’, 누적 척추 수술 1만 건 및 누적 척추 비수술 3만 건을 기록한 ‘척추 장인’ 등….

하지만 탄탄대로만 걸었을 것 같은 그도 지금이 있기까지 롤러코스터처럼 다양한 부침과 인생 굴곡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질환 치료와 연구에 모든 인생을 건 박 대표원장에게 고난의 순간들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개원 전까지 삶은….

“부친이 수술 기법이 뛰어난 유명한 의사였다. 그 덕분에 유년기는 큰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친의 국회의원 출마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학업조차 누님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연세대 의대 졸업과 전문의 취득 이후 봉직의 생활을 하다 30여 년 전 개원할 때도 자금이 없어 주변 도움과 대출로 어렵게 시작했다.”

―개원 직후 상황은….

“일본, 독일, 미국 등 해외 연수를 통해 익힌 척추 수술 기법 덕분에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과거 척추 수술은 모두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던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개원 무렵부터는 로컬 병원에서도 척추 수술을 활발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비교적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 수입 의료기기와 기술에 의존했기 때문에 개선 사항이나 고객 불만에 대한 시정이 완료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접하면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개선점을 찾고자 하는 근성이 살아났다. 그래서 수술 방법과 관련 제품도 개발하게 됐고 척추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 및 판매하는 중소 벤처기업 창업까지 이어졌다. 돌이켜 보면 이 선택이 고난과 역경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발점이었다.”

―의료기기 제조회사 창업 후의 고난과 역경은….

“병원 진료와 치료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의료기기 제조사 운영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20여 년 전에도 척추 후방에 니티놀 스프링 로드와 2개의 홈을 지닌 스크루로 구성된 바이오플렉스라는 추간체 고정재를, 척추 전방에 원형의 긴 나선형 케이지라는 추간체 유합 보형재를 함께 삽입하는 반강성고정술은 생소하고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독특한 소재와 구조 때문에 스프링 형태로 로드를 제조하는 것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할 수 있었다. 다행히 병원 내외부 여러 전문가의 도움 덕분에 해당 로드를 제조하는 장비까지도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장기간 추적한 치료 효과를 입증할 논문이 없어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최근 반강성고정술에 대한 장기 추적을 통한 효과성 논문이 SCIE급 저널에 정식 출간되면서 뒤늦게나마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됐다. 거의 20년이 걸린 셈이다. 초반 10여 년간 다양한 비판 속에서도 내 판단과 방식이 옳다는 확신 하나로 버텼을 당시 얻은 별명이 돈키호테, 불도저 등이다. 중간에 수술을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다.”



―비수술 ‘추간공확장술’은 어떻게 시작했나….

“거의 수술 포기를 마음먹기 몇 해 전이었다. 마침 내 진료실 앞 치료실에서 통증 의료진이 척추 협착과 유착이 심한 환자에 대해 꼬리뼈로 넣은 카테터를 추간공 밖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애쓰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내가 이 공간을 기구 하나로 열어준 일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추간공 주변 인대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문헌과 책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한 사건과 아이디어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추간공확장술이 탄생하게 됐고 이후 수술 대신 비수술에 주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추간공확장술도 개발 초창기에는 혁신적이지만 생소한 개념 때문에 국내에서는 오픈 마인드를 지닌 일부 의사 외에는 보급이 어려웠다. 그래서 가까운 중국에 널리 보급하겠다는 일념으로 몇 년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과 시연을 진행했다. 그전에 반강성고정술로 중국 시장에 도전했으나 성과가 적었던 경험도 있었지만 추간공확장술은 비수술의 영역이므로 다르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정치 제도적·사회 문화적 차이와 기술 전수의 한계점으로 인해 별 성과 없이 몇 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후 다시 국내 병원 보급에 주력해 추간공확장술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 광혜병원이 도약하게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향후 계획은….


“지금껏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관련 기술을 좀 더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널리 보급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반강성고정술은 니티놀 스프링 로드 결합 방식을 좀 더 편리하게 모듈형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접목하고 피로강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추간공확장술도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AI에 의한 딥러닝 시스템을 접목하고 전 세계 의료진의 임상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이를 정교하게 표준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해당 기술에 대한 의료진의 진입장벽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껏 내가 걸어온 인생 경로보다 훨씬 더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매 순간 나를 오뚝이처럼 다시 세워준 것이 나를 믿고 찾아준 환자분들이었다. 따라서 추간공확장술과 반강성고정술을 현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과학기술과 접목해 향상시킴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내 남은 모든 역량을 투여할 계획이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