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인 1875년경, 독일의 야코프 니마이어라는 농부가 화석 한 점을 채석장 주인에게 가져갔다. 채석장 석회암층에서 나온 화석들이 가끔 괜찮은 값에 거래된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그날 농부는 소 한 마리 값을 받았다. 돌멩이 하나에 소 한 마리 값이라니. 이런 횡재가 없었다.
몇 년 후인 1881년, 이번에는 이 채석장 주인이 구입한 화석을 헤르만 폰 마이어라는 의사에게 가져갔다. 화석 애호가인 의사가 10여 년 전 유럽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상대로 어떤 화석을 경매에 부쳐 상당한 값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역시나 채석장 주인의 눈은 틀리지 않아 상당히 후한 값을 받았다. 그 역시 횡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하지만 그는 곧 땅을 쳐야 했다. 자기가 방금 판 맥주가 무려 50만3000달러, 지금 환율로 치면 약 6억7000만 원에 다시 팔렸기 때문이다. 40만 원과 6억7000만 원, 같은 물건인데 어떻게 1700배 가까운 차이가 났을까?
두 가지 때문이다. 첫 판매자가 이베이에 올릴 때 올소프(Allsopp)에서 p자를 하나 빼먹어 빈티지 맥주 애호가들에게 검색되지 않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맥주가 가진 진짜 가치를 몰랐다. 가치는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숨어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이걸 알아본 사람만이 기회의 문을 연다. 예를 들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문제 제기 같은 걸 누군가는 골칫거리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는다. 이런 가치를 보는 눈은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생겨난다. 이해와 오해는 종이 한 장 같은 사소한 차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