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대증원 정부방침 불변 재확인 韓중재안에 대통령실 참모진 “불쾌” 韓측 “증원보류가 핵심” 재요구 태세 尹, 의료-연금 등 4대개혁 관련… 내일 국정브리핑 뒤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이 있어도 반드시 의료 개혁을 완수해야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 중재안을 거부한 가운데 5년간 2000명씩 최대 1만 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취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 대표는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대안, 해결책이 필요하다.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대안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가 핵심이다. 다른 중재안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과 관련해 각자 안을 고수하면서 당정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30일로 예고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이 보류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서로 선을 많이 넘은 어려운 국면”이라며 “당정이 의정 갈등 해결의 전환점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방 의료 체계가 안 잡히면 지역 균형발전이 어려워진다. 교육과 의료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 안을 물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의료 인력 수급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미래 전망 등을 근거로 결정할 문제이지 의료계 반발 등을 고려해 타협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도 전국 의대 40곳의 모집 인원은 올해보다 1509명 늘리기로 확정됐다.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참모진 회의에서도 한 대표의 의대 정원 중재안 제안에 대해 “상의도 없이 (제안해) 불쾌하다” “인기영합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료 개혁 방향은 조금도 변경 없이,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당정이 한목소리로 추진해야지 자꾸 다른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고위 당정이 끝난 뒤) 한 대표가 ‘2026년 증원을 유예하면 의료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다’고 말해 관련 기관에 검토해 보라고 했는데, 정부로서는 유예안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2026학년도 증원 보류를 재차 요구하겠다는 태도다. 국민들의 의료 불안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의대생, 전공의 등을 복귀시킬 수 있는 핵심 중재안이라는 것. 한 대표는 “2026년에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 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하여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면 불만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민심을 듣고 정부에 의견을 내는 것이 당과 당 대표의 임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의정 갈등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료 공백으로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다”며 “국민이 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정권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인요한 최고위원도 “의사들의 자존심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등이 논의 테이블로 나올 명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의료계를 접촉해 봤으나 중재 불가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 대표가 갑자기 의견을 낸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5학년도 증원에 맞춰 교수진과 시설 등을 확충했다가 이듬해 원점으로 돌리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 노동, 의료, 교육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위기 극복 등 핵심 과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