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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협에 中포섭됐단 정보사 요원…나중엔 “돈 더 주면 더 보낼게”

입력 | 2024-08-28 11:19:00

ⓒ News1 DB


1990년대 국군정보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A 씨(49)는 2000년대 중반쯤 군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정보공작 요원으로 첩보 활동을 하던 A 씨는 자신이 구축해 놓은 공작망 2~3명에게 접촉하기 위해 2017년 4월 중국 연길로 갔다. A 씨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가려다 중국 공안요원으로 위장한 남성 B 씨로부터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본인의 실제 신분은 중국 정보기관 소속 요원(추정)이라고 밝히며 A 씨에게 포섭을 제의, A 씨는 이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포섭에 응한 건 금전 제공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귀국한 A 씨는 원래대로라면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부대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숨기고 같은 해 11월쯤부터 B 씨의 지시를 받아 출력, 무음 앱으로 사진 촬영, 화면 캡처, 메모 등 수법으로 2·3급 군사기밀 문서 12건을 포함해 총 30건의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뒤 누설했다.

여기엔 신분을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 정보를 수집해온 정보사 블랙요원들의 본명과 활동 국가를 비롯해 정보사의 임무와 조직 편성, 작전 방법·계획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 제공)

A 씨는 이 기밀을 영외 개인 숙소로 무단 반출해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한 뒤 특정 게임의 음성 메시지를 남겨 클라우드 서버의 비밀번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누설했다. 이렇게 A 씨가 B 씨와 나눈 대화는 수천 건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중국 정보요원에게 “○○사업 세부현황이 필요하신 것 맞죠?”라고 물었고, B 씨는 “네. 맞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지금 위험해서… 접근이 힘든데, 서둘러 보겠습니다” “파일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돈을 더 주시면, (군사기밀) 자료를 더 보내겠습니다” 등 언급도 했다.

특히, A 씨는 수사당국 추적 회피를 위해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대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사진 촬영 뒤 이를 분할 압축한 파일을 쪼개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A 씨는 2019년 5월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다. A 씨는 40여 차례에 걸쳐 도합 4억 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지만, A 씨가 실제로 손에 쥔 건 1억 6205만 원이었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A 씨는 포섭 당일날 여러가지 협박을 받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었다고 한다)”라며 “(그러나) 결국은 돈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범죄를 계속하면서 본인의 행위에 대해 약간 둔해진 게 아닌가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A 씨의 범행은 올해 6월 국군방첩사령부에 의해 발각됐고, 그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그러나 A 씨는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국방부검찰단은 A 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 후 전날 기소했다.

그러나 B 씨가 북한 측 요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에 국방부검찰단은 추가 수사를 통해 A 씨와 북한 간 연계성을 확인해 간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 씨가 1600만 원 가량의 정보활동 관련 예산을 개인적인 용도 사용한 정황 또한 식별돼 업무상 횡령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보사는 해외·대북 군사정보 수집을 담당하며, 그중에서도 북파공작원 등 인적 정보(휴민트·HUMINT)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블랙요원들의 신분이 북한에 노출되면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사는 A 씨의 군사기밀 유출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현직 요원들의 신분이 노출됐을 수 있다고 보고, 상당수 요원을 급히 귀국시키고 대외 활동 금지령을 내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