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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군정보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A 씨(49)는 2000년대 중반쯤 군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정보공작 요원으로 첩보 활동을 하던 A 씨는 자신이 구축해 놓은 공작망 2~3명에게 접촉하기 위해 2017년 4월 중국 연길로 갔다. A 씨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가려다 중국 공안요원으로 위장한 남성 B 씨로부터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본인의 실제 신분은 중국 정보기관 소속 요원(추정)이라고 밝히며 A 씨에게 포섭을 제의, A 씨는 이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포섭에 응한 건 금전 제공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기엔 신분을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 정보를 수집해온 정보사 블랙요원들의 본명과 활동 국가를 비롯해 정보사의 임무와 조직 편성, 작전 방법·계획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 제공)
이 과정에서 A 씨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중국 정보요원에게 “○○사업 세부현황이 필요하신 것 맞죠?”라고 물었고, B 씨는 “네. 맞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지금 위험해서… 접근이 힘든데, 서둘러 보겠습니다” “파일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돈을 더 주시면, (군사기밀) 자료를 더 보내겠습니다” 등 언급도 했다.
A 씨는 2019년 5월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다. A 씨는 40여 차례에 걸쳐 도합 4억 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지만, A 씨가 실제로 손에 쥔 건 1억 6205만 원이었다.
국방부검찰단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A 씨는 포섭 당일날 여러가지 협박을 받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었다고 한다)”라며 “(그러나) 결국은 돈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범죄를 계속하면서 본인의 행위에 대해 약간 둔해진 게 아닌가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A 씨의 범행은 올해 6월 국군방첩사령부에 의해 발각됐고, 그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그러나 A 씨는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국방부검찰단은 A 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 후 전날 기소했다.
A 씨가 1600만 원 가량의 정보활동 관련 예산을 개인적인 용도 사용한 정황 또한 식별돼 업무상 횡령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보사는 해외·대북 군사정보 수집을 담당하며, 그중에서도 북파공작원 등 인적 정보(휴민트·HUMINT)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블랙요원들의 신분이 북한에 노출되면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사는 A 씨의 군사기밀 유출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현직 요원들의 신분이 노출됐을 수 있다고 보고, 상당수 요원을 급히 귀국시키고 대외 활동 금지령을 내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