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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손태승 부당대출’ 또 사과… 잦은 사고에 바짝 몸 낮춰

입력 | 2024-08-29 03:00:00

금감원 현장조사, 검찰 압수수색에
“조사-수사 결과 겸허히 따를것”
동양-ABL 1조5500억에 인수 계약
금융당국 승인과정 진통 겪을듯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진)이 28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과 관련해 두 번째 사과 메시지를 내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12일 긴급회의를 연 지 약 2주 만이다. 금융감독원이 추가 현장 검사에 나서는 등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는 데다 검찰도 우리은행 본점, 관련자 주거지 압수수색을 벌이자 바짝 몸을 낮춘 셈이다.

● “조치 절차 겸허히 따를 것” 임 회장 두 번째 사과

임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회현동 본사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 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에 대해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해서 이번 사안이 명백하게 파악되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의 사과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두 번째로 금감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에 대한 우리금융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감독당국 수장의 발언에 일각에선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우리금융은 사과와 함께 이날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을 1조5500억 원에 패키지로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은행 위주로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8월 1일 증권사 출범에 이어 매우 중요한 그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는 우리금융이 짜놓은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0% 안팎으로, 두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비은행 부문 수익 규모가 확대돼 은행 의존도가 개선될 수 있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절실한 이유다.

● 금감원 “누군가 책임을 져야” 보험사 2곳 인수도 진통

최종 인수까진 금융당국의 승인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규정상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거쳐야 인수합병(M&A)이 완료된다. 자회사 편입 승인을 위해선 경영 실태평가가 최대 변수로, 우리금융은 올해 경영 실태평가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연일 우리금융의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어 규정과 무관하게 승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수에) 아예 영향을 안 주진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전임 회장 건이라 하더라도 내부통제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에 앞서 우리금융엔 본점 직원 700억 원대 횡령, 고객 명의 허위 대출 등 금융 사건이 잇따랐다. 파벌 싸움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일-상업은행이 합병돼 탄생했는데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을 두고 양 파벌 간 갈등으로 외부에 ‘투서’가 전달됐다는 설들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파 간 갈등은 우리금융엔 큰 리스크”라며 “우리금융이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