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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페이스’ 위한 민관 ‘기술 배턴터치’ 이뤄져야[기고/조황희]

입력 | 2024-08-29 03:00:00



조황희 전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얼마 전 파리 올림픽 육상 계주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우승을 앞둔 주자들이 배턴터치 실수로 실격을 당한 것이다. 제아무리 각각의 실력이 탁월해도 배턴터치 실수는 실패를 초래한다. 산학연 협력이 강조되는 연구개발(R&D) 영역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연구 결과가 현실에서 빛을 보려면 실험실의 성과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배턴터치’가 필수다.

전 세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손꼽는 우주 분야에서 한국의 환경은 어떨까.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40년 11조 달러(약 1경477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산업이 미래 중요 성장동력으로 인식되면서 우리 정부도 우주경제 강국을 목표로 우주산업 육성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배턴터치 영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부터 우주 상업화를 중요 정책으로 채택했다. 미국 민간기업 SSI(Space Services Incorporated)는 1982년 ‘코네스토가 로켓’ 발사에 성공한 뒤 발사 허가 획득 등 관련 규정 해결에 가장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당시 관련 법과 규제가 22개 기관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은 상업우주교통국을 만들고 1984년 상업우주발사법을 제정했다.

미 의회는 우주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첨단 제품 개발을 촉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80년대 이후 기술 이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검토하고 80여 개 법안을 발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6년부터 기업들에 발사 수요를 제공하고 교육과 기술 이전, 시장 운영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상업궤도수송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부품과 소재의 기술규격, 기술인증 시험 등의 정보를 공개해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 정부와 의회, NASA는 수십 년간 우주 R&D 결과를 우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기술 배턴터치 존’을 마련해 현재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가 오늘날 글로벌 우주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또한 미국이 세계 우주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의 선례처럼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개발 중심에서 민간 기업으로 기술 배턴터치가 시급하다. 기업과 공공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개발,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 해결, 우주 비즈니스의 새 지평을 위한 인프라 혁신이 시급하다.

우주 비즈니스를 위한 법과 제도에 대한 종합 검토와 지원, 민간 기업의 혁신적 도전을 위한 우주산업 인프라 조성이 이뤄져야 대한민국도 우주에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황희 전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