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대구 간송미술관 훈민정음해례본, 서울 바깥 첫 전시… 신윤복 미인도-추사 서예작품 눈길 문화 유산 수리복원실도 볼거리… 내달 3일 개관 기념 특별전 개최
27일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 앞. 대덕산 지형을 따라 지어진 미술관 건물이 주변 자연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설계 단계부터 경사진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는 데 신경썼다고 한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수리복원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수리복원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공개형으로 만든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최고 화가로 불리는 신윤복(1758∼1814)의 걸작 ‘미인도’는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3전시실에 단독으로 전시된 훈민정음해례본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려청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마치 모델이 포즈를 취하듯 관람객들의 카메라 셔터에 우아한 선의 미를 한껏 뽐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인 대구간송미술관이 9년간의 준비를 끝내고 다음 달 3일 문을 연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개관을 일주일 앞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관 특별전에 선보일 국보와 보물급 문화유산을 언론에 공개했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회로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가 다음 달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다.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으며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소장품 중에서도 국보와 보물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메인 전시물은 단연 훈민정음해례본과 신윤복의 미인도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세종 28년인 1446년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자모글자 내용, 해설을 묶어 만든 책으로 훈민정음의 원본으로도 불린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됐는데 간송이 구입했다고 한다. 서울 밖에서 전시되는 것은 간송이 구입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현대미술을 다루는 송예슬 작가와 협업한 3점의 미디어아트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청각장애, 문화적 차이 등 한글에 대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소수 인원이 들어가 작품 하나에 몰입해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에 자리 잡았다. 이 밖에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서예작품과 그림, 고려 상감청자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보이는 수리복원실도 눈길을 끄는 공간이다. 문화 유산들이 어떻게 수리되고 복원되는지 그 과정을 관람객이 창문 너머로 직접 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11월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전시 종료 1시간 전에 마감한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입장권은 어른 1만 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5000원이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