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원=뉴스1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이 작년 말 251.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세계 평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85.4%에서 245.1%로 40.3%포인트나 급감했다. 세계 각국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는 정공법을 쓸 때 한국만 ‘나 홀로 부채 역주행’의 길을 걷다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는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덜 걷힌 세금보다 지출이 큰 정부는 국채를 찍어 빚을 늘려 왔다. 올해 상반기 정부 재정은 103조4000억 원 적자였다. 적자가 큰데 연간 예산의 66%를 상반기에 몰아 쓰고 나니 하반기 내수 위축에 대응할 실탄은 부족해졌다.
고금리 속에서도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의존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대출 확대, 대출규제 도입 연기 등 ‘빚 권하는’ 정책 탓에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증하고 있다. 집값, 가계대출이 불안해지자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년 7개월째 동결해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옥석 가리기 없이 계속 미뤄진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은 수많은 좀비기업을 낳고 있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는 이미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한국도 조금이라도 일찍 금리를 내려야 서민,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며칠 새 수조 원씩 가계대출이 불어나고,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면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긴축적으로 짠 것도 과도한 나랏빚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빚을 늘리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결과가 고통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