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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안나는 배터리, 국내서 상용화 길 열었다

입력 | 2024-08-29 03:00:00

전해질로 물 쓰는 수계아연전지
에너지기술硏서 핵심기술 개발
기존 제품보다 수명 10배로 늘려
업계 “에너지 밀도 높이는 과제 남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이차전지인 수계아연전지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이차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 전해질로 물을 사용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배터리 용량도 크게 높일 수 있어 앞으로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우중제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등 연구팀이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덴트라이트는 수계아연전지의 충전 과정에서 음극에 금속 이온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길쭉하게 쌓이는 현상으로, 전지 안정성과 배터리 수명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스’ 8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휘발성의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전지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고 친환경적이다. 배터리 용량 역시 이론적으로는 리튬 이온전지의 2배 이상으로 크다. 하지만 덴드라이트 현상이 상용화의 큰 걸림돌이 돼 왔다.

연구진은 산화구리를 활용해 금속 이온(아연)이 균일하게 증착될 수 있도록 만들어 덴드라이트 형성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산화구리는 아연을 균일하게 분포시킨 뒤 일종의 뼈대 역할을 하는 물질로 자체적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아연이 무질서하게 증착되는 것을 막고,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덴드라이트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 기존 수계아연전지보다 수명이 10배 이상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면적당 용량을 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수계아연전지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효율을 더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수계아연전지는 안전성이 높아 보청기와 같이 사람 몸에 직접 닿는 소형기기 등에 일부 상용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아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