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서울대 n번방’ 공범 징역 5년… “입에 못담게 역겨워”

입력 | 2024-08-29 03:00:00

[딥페이크 나를 노린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
판사 “익명성 이용 피해자 인격 몰살”



ⓒ뉴시스



서울대 졸업생들이 동문 여성 등 60여 명의 사진을 무단으로 합성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공범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 씨(2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 내용은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며 “익명성과 편의성을 악용해 피해자의 인격을 몰살해 엄벌이 요구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느낄 성적 굴욕감을 헤아릴 수 없다”고도 했다.

박 씨는 2020년 7월∼올해 4월 주범인 서울대 출신 박모 씨(40·구속 기소)와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딥페이크 영상 419개를 제작하고 1735개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는 뜻을 밝히고 반성문도 9차례 냈지만,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박 씨는 서울대 출신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처벌법은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양형기준을 세분화해 허위 영상물 반포(유포) 범죄 등을 추가했지만, 기본형이 징역 6개월∼1년 6개월에 불과한 데다 가중 처벌해도 보통 징역 10개월∼2년 6개월에 그쳐 양형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진영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일반 성범죄에 비해 허위 영상물 관련 양형기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기 용이해졌고, 피해 확산이 빠른 점 등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