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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부른 ‘상법 개정’ 또 꺼낸 이복현… 재계 “불필요한 소송 남발 우려” 반발

입력 | 2024-08-29 03:00:00

李 “지배주주만 위한 의사결정 안돼”
‘주주 이익침해시 이사에 책임’ 시사
재계 “경영상 불확실성-부담 커질것”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또다시 언급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넓히자는 것으로,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행위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는 취지다. 재계는 이 원장이 주장한 방향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불필요한 소송 부담과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에 참여해 “합병,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최근 대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개인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최근 두산그룹이 진행 중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합병 승인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 원장은 정부 내에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올 6월에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 자리를 마련해 이사의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명문화하고, 그 대신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연구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대주주가 본인의 사적 이익에 충성하는 구조”라며 “(상법에) 별도 조항을 신설해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상법이 이 같은 방향으로 개정되면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이 법무부 소관 영역인 상법, 형법 이슈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지나치게 드러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배임죄 고발 등 각종 소송이 남발돼 이사가 경영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하락해 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도 “합병이 지배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합병 이후 주가 흐름을 전망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한상의가 올 6월 국내 상장사 15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3%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히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52.9%는 인수합병(M&A)을 재검토하거나 철회·취소하겠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