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선도 교사 6인이 들려주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혁명
지난 7월 열린 ‘2024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에서 오보람 교사가 수업 사례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교육청
AI 기반 콘텐츠 제작 툴 ‘투닝’을 활용하는 모습. 사진제공 서울시교육청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진제공 서울시교육청
디벗 도입 후 달라진 교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제연강(중) | 영어 수업을 시작할 때, 디벗으로 쪽지 시험을 보고 있어요. 이전에 종이로 쪽지 시험을 볼 때는 직접 시험지를 만들고, 유인물을 나누고, 채점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자주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5분 안에 모든 것이 가능해지니까 훨씬 편리하고, 자료 제작에 드는 품이 적다 보니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도 있고요.
김정은(고) | 사소하게는 학생 수행 과제 관리가 수월해졌어요.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 자료를 미리 제공하고, 수행평가 관리를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반장 등이 다른 학생들 과제물을 모아서 제출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학생 개개인이 직접 제출할 수 있어요. 유인물도 온라인으로 공유하니 ‘자료를 잃어버렸다’는 학생이 없어졌죠.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확실히 학습에 효과적인가요.
오보람(초) | 초등학교 수업의 특성상 그림을 그리거나 쓰는 활동이 많아요. 이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돼 학업과 관계없이 문서를 꾸미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하지만 AI 그림 그리기 툴 ‘오토드로우’를 활용하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어요. 그림 실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학생들도 활동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요.
제연강(중) | 생각보다 전년도 교과 학습이 충분히 안 돼 있어서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때 디벗이 좋은 학습 도우미가 됩니다. 똑같은 학습지를 배포하더라도 학생 수준별로 템플릿을 다르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특수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돼요. 이전에는 자폐 증상이 있거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심한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일반 수업에서 방치될 때가 많았어요. 디벗을 활용하면서 이들도 수업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됐죠. 조별 PPT를 만들 때 슬라이드를 담당하는 식으로요. 결과물을 보며 본인도 뿌듯해하고 다른 학생들도 자연스레 협력을 배울 수 있어요. 수업 기록을 특수학급 선생님과 쉽게 공유할 수도 있어 교사들 간 소통도 수월해졌습니다.
김정은(고) |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영어 단어 시험을 치면, AI가 학생이 틀린 문제를 집요하게 반복 학습시켜요. 학생 입장에서도 하나 틀렸다고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암기할 때까지 학습할 수 있고, 결국 정답을 맞히면서 학업성취도는 물론 자신감도 올라갑니다.
이동근(고) | 얌전해서 수업에 잘 따라오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시험을 쳐보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이전에는 학업성취도를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쳐야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수업마다 파악할 수 있죠. 학기 초부터 학생 개개인에게 피드백이 가능해서 안 좋은 학업 습관이 들기 전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도 상위권 학생 일부를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을 골고루 컨트롤할 수 있죠. 수업 참여도나 성적 변화 추이 등 학습 기록이 모두 데이터화돼 남아 있으니까 학교생활기록부도 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요.
김소연(초) | 초반에는 디지털 도구를 다양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 준비를 많이 해 갔다가 수업 시간 내에 다 못 끝낸 기억이 있습니다. 미리 도구별 사용 시간을 계획했는데도 학생들이 특정 도구에만 흥미를 느껴서, 다른 도구는 거의 활용 못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디벗을 활용한 수업 경험이 쌓이면서 계획한 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성훈(중) | 학기 초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학생과 아닌 학생 간 성취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데만 1~2주 정도 투자했어요. 충분히 학습 도구 사용을 훈련한 뒤에 디벗을 수업에 활용했죠. 이는 도입 초기 적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고, 교사도 학생도 익숙해지면 사라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정은(고) | 학생들에게 디벗을 엔터테인먼트용이 아니라 학습 기기로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특히 유튜브로 오락용 영상을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기본적으로 SNS나 게임 사이트를 막아두고 있지만, 유튜브는 학습 자료로 활용하기 좋은 플랫폼이라 이용하고 있거든요. 주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디벗은 학습용으로 받은 기기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활용 지침을 다시 교육하고 있습니다.
오보람(초) |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알파벳을 3학년 때 배워요. 아직 완전히 익히지도 못한 알파벳을 활용해 로그인하거나 영어 타자 칠 때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대시보드나 모니터링 기능으로 교사가 자기 자리에서 학생들의 화면을 볼 수는 있지만, 학생들의 활동이 잘 보이는 교실 뒤편이나 학생 옆으로 가서 적절한 도움을 줄 필요가 있죠.
디벗이 스마트 기기인 만큼 수업 집중력 저하나 중독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이동근(고) | 사실 학생들은 이미 학교 밖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기를 오락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곳은 없습니다. 스마트 기기 활용이 보편화한 세상에서 이를 학업이나 습관 관리에 사용하는 법을 학교에서 가르쳐준다면, 스마트 기기 중독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소연(초) | 해외에서는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 자체를 학교에서 처음 접한다고 해요. 이를 교육 도구로 먼저 받아들인 후에 오락적 요소를 접하기 때문에 인터넷 중독 문제가 덜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처럼 학교에서 교육 도구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수업 시간에만 사용하고 쉬는 시간에는 통제하는 법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성훈(중) | 문제 학생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극소수입니다. 수업 시간에 잘 따라오지 않는 학생은 스마트 기기가 없던 시대에도 있었고요. 오히려 디벗을 활용하면서 이런 학생들도 수업에 더 잘 따라오게 됐어요. 교사 기기로 모니터링이 돼서 딴짓하는 학생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보람(초) | 단순히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기기에 중독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기를 활용해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또 태어날 때부터 기기와 상호 작용하는 ‘알파세대(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어난 세대)’ 학생들이 학교에만 오면 일방향적 수업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더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미래에 가질 직업에서 기기 없이 일하는 환경도 많지 않을 것이고요.
코딩 실습을 통해 스마트 RC카를 만드는 학생들. 사진제공 서울시교육청
제연강(중) | 디벗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을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수업하고 학생이 받아 적는 것이 끝이 아니라 학생도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죠. 이 때문에 학생들도 오히려 수업에 더 몰입하고 열심히 참여합니다. 다만 교사가 온·오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컨대 수업할 때 디벗 활용 시간을 10분만 주는 식으로 확실히 제한하는 거죠.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학생들도 정해진 시간 안에 과제를 완수하려고 딴짓하지 않고 집중합니다.
김소연(초) |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요. 당장 모든 수업에 디벗을 활용한다기보다는 우선 가장 사용하기 좋은 도구 하나를 정해서 과목별로 적용해보는 것이 좋아요. 익숙해지면 다른 도구를, 다른 수업에도 써보면서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요.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