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럭셔리는 ‘소유’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패턴이 리빙과 인테리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재를 그을려 마감한 우드 컬렉션과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활용한 레더에디션 등 다채롭게 변주된 보테가 베네타의 LC14 타부레 스툴.
패션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하는 이유는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예술적 혁신으로 새로운 영감을 공유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 보테가베네타는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카시나와 르코르뷔지에 재단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설치작품 ‘온 더 록스’를 선보였다. ‘온 더 록스’는 카바뇽 해안가에서 르코르뷔지에가 우연히 발견한 위스키 상자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LC14 타부레 스툴’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재탄생시켰다. 목재를 그을려 마감하는 기법으로 내구성을 강화하고 나뭇결 고유의 패턴을 드러낸 우드 에디션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가 보테가베네타 2024 F/W 컬렉션 게스트 좌석으로 사용한 커스텀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가죽을 엮고 컬러 페인트칠을 해 독특한 질감으로 마감한 레더 에디션 등 LC14 타부레 스툴의 변주가 흥미롭다.
로로피아나가 선보인 100개 한정판 보톨로 체어.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패션처럼 리빙 분야에서도 ‘콰이어트 럭셔리’를 보여주는 로로피아나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치니 보에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설치물을 선보였다. 치니 보에리는 미니멀한 스트립스 소파와 모듈형 소파, 미래 지향적인 코스트 의자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대표작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로로피아나의 최고급 패브릭으로 새로 태어났다. 특히 100개 한정판 보톨로 체어는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은 캐시퍼로 제작돼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톰브라운은 하이엔드 리넨 브랜드 프레떼와 2년간 협업한 홈 웨어 컬렉션.
톰브라운은 하이엔드 리넨 브랜드 프레떼와 2년간 협업한 끝에 홈 웨어 컬렉션을 공개했다. 부드러운 흰색 면 새틴 베딩 세트는 은은한 빛을 내는 프레떼의 독점적인 방법으로 마감했다. 배스 액세서리는 목욕 타월 세트와 목욕 매트로 구성되며, 클래식 트렌치 코트에서 영감을 받은 목욕 가운, 캐시미어로 제작된 드레스 가운, 홈 웨어, 운동용 수건, 테리 코튼 소재 비치백 등도 함께 선보였다.
소비자의 호기심과 소유욕 자극
구찌 뷰티 립스틱에도 사용되는 로소 앙고라 레드 컬러로 완성한 구찌의 ‘디자인 앙고라 프로젝트’.
구찌에 새로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는 ‘앙코라’라는 주제로 새로운 리빙 스타일을 제안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P.S의 미켈라 펠리차리와 공동 큐레이션한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황금기’를 주제로 한다. 그는 마리오 벨리니의 소파 ‘르 무라’,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였던 피에로 포르탈루피의 아이코닉한 건축물과 모자이크를 기하학적 패턴의 텍스타일 형태로 재해석한 시시타피스 러그 등을 리에디션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구찌 뷰티 립스틱에도 사용되는 로소 앙코라 레드 컬러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하우스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세계를 확장한 브랜드도 있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메종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2016년 재단을 설립하고 현대 공예의 탁월함과 독창성을 알리기 위해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공예상 우승작으로 뾰족한 장식이 특징인 멕시코 도예가 안드레스 안사의 ‘토테믹 도자기’가 선정됐다.
브랜드는 자사의 정체성이 담긴 주거 공간을 활용하여 경험을 확장하기도 한다. 펜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펜디까사는 지난 6월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372㎡ 규모에 2개 층과 루프톱으로 구성된 매장은 대리석과 스테인리스스틸, 샴페인 컬러 메탈 등 특유의 특징적 요소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펜디까사에서 지은 아파트도 한국에 상륙할 예정. 지하 7층부터 지상 20층 규모의 아시아 최초 주상복합형 하이엔드 아파트로 2028년 완공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세대의 가구와 식기 등은 펜디까사 제품으로 채워진다.
패션 하우스에는 새로운 비전을, 소비자에게는 호기심과 소유욕을 자극하며 앞으로 무한히 뻗어나갈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오한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