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를 냈다. 박 대표는 임 대표의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누이인 임주현 부회장측 인사로, 지난해부터 한미약품을 이끌어오고 있었다.
박 대표는 직위가 강등되며 관장 업무 역시 서울 본사 업무에서 제조본부 업무로 변경됐다. 다만 대표 해임은 이사회 결정사안이기 때문에 대표 직책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모녀측 인사 6명, 형제측 인사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 회장은 경영권이 형제측으로 넘어간 계기가 된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당시 형제측의 편에 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형제가 약속한 투자 유치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모녀와 손을 잡았다.
이에 대해 임종훈 대표측은 “아무런 이유 없는 강등이 아니”라며 “박 대표가 지주사와 의논 없이 인사 조직을 신설한 데 따른 항명성 조치”라는 입장이다.
강등 조치가 이뤄지기 전 박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포함하는 인사조직을 신설한다는 인사를 냈다. 그간 인사, 법무 등 경영관리 업무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 맡아왔다. 그런데 한미약품이 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며 조직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임 대표측은 “지주사의 권한과 관련한 인사 조치를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기습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근 깊어지고 있는 모녀와 형제의 갈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신 회장과 모녀측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3자 연합은 임시주총에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고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현재 북경한미와 코리그룹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가 설립한 그룹이다. 한미약품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는 코리그룹 계열사인 오브맘홍콩이 소유한 룬메이캉이라는 기업이 북경한미가 생산한 의약품을 매입해 판매한 것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내부 감사를 지시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내달 초까지 사실조사가 진행되며, 북경 현지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