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 동반증상 없어도 수술”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수술, 3~5일 후 퇴원”
문제는 최근 드라마틱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는 비만 치료 약물이 개발됐음에도 여전히 약물 치료나 식이조절, 운동만으로는 체중감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설사 목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수술적 치료법으로, 위를 절제해 크기를 줄이거나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꿔 체중을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비만대사수술이 바로 그것이다. 수술 목표는 30% 체중감량으로, 치료 효과는 다른 치료법보다 매우 강력하다.
그래서일까. 비만대사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9년부터 수술 건수가 2100건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2453건, 올해는 약 2500~3000건(추정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참조)의 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1년 기준 약 60만 건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비만대사수술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환자가 대상이 되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비만대사수술의 명의인 박성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비만대사센터를 설치해 현재도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부회장도 겸하고 있다. 또한 한국 의사로는 유일하게 미국비만대사외과학회지 편집위원으로 활약하는 한편, 국내 비만대사외과 전문의 중에선 오직 한 사람밖에 없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은 체중감량을 통해 각종 암과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비만대사수술은 약물과 비교해 더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는 물론, 감량 상태 유지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진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위소매절제술 가장 많이 시행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부피를 줄이거나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바꿔 체내 호르몬 변화를 유발하는 수술이다. 쉽게 말해 늘어난 위를 절제함으로써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게 해 적은 양의 음식을 먹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이 권해지는 환자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는 동반증상이 없어도 수술 대상이 된다. 30~35 사이의 경우는 당뇨 등의 대사질환과 중증의 수면무호흡증 또는 심장병을 동반한 경우가 대상이 된다.”
비만대사수술의 종류는?
“위를 절제하는 위소매절제술, 위를 작게 분리해 소장과 바로 연결하는 위우회술, 이 둘을 섞은 수술법 등의 차례로 수술이 많이 이뤄진다. 위소매절제술은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회복이 빠르며 단기 합병증이 적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된다. 미세하긴 하지만 위우회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률은 0.2%, 사망률은 0.03% 낮다.
위우회술은 효과 측면에서 위소매절제술과 거의 비슷해 그다음으로 많이 이뤄지는 수술이다. 전 세계적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약 60만 건의 비만대사수술이 이뤄졌는데 이 중 35만 건은 위소매절제술, 20만 건은 위우회술이다. 그 외에 위를 밴드로 묶어 부피를 줄이는 위밴드삽입술이 있지만, 단기적인 효과도 뚜렷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증가해 이제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사질환 개선 … 재수술 5% 미만
수술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 모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복수술이 아닌 복강경수술로 이뤄진다. 우선 위소매절제술은 D자형으로 생긴 위의 대만곡 부분을 소매(sleeve) 형태(I자형)로 절제해 위의 용량과 음식 섭취량을 줄여주는 수술법이다. 위 용량이 줄면 식사량과 식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체중감량을 유도한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위 상부를 작은 주머니 모양으로 분리하고 소장을 Y자 모양으로 연결하는 수술법이다. 음식물이 췌장액과 담즙을 만나는 지점을 십이지장에서 소장 아랫부분으로 옮김으로써 췌장의 기능을 보존하고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차단한다.”
수술 방법은 어떻게 선택하나?
“환자의 상황과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위우회술의 경우 낮은 확률이지만 수술 후 남겨진 위 부위에서 암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수술을 받으면 내시경검사가 불가능해 암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위우회술은 피하는 게 좋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나 흡연자도 위우회술은 피하는 게 좋다. 흡연이 위산 분비를 촉진해 수술 부위에 손상이나 궤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소매절제술의 경우도 수술 후 위식도역류가 많아질 수 있어 평소 위식도역류질환이 심한 환자라면 다른 수술을 고려한다.”
비만대사수술 이후 체중이 감량되는 이유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먹는 양이 줄어든 것이고, 다음은 소화력이 떨어져 섭취된 음식의 영양분 흡수가 제한되는 것이다. 그 외에 식욕 자극 호르몬 분비 감소 등이 있다. 최근에는 수술 자체로 인한 유익한 장내세균(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중요한 체중감량 기전의 하나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비만대사수술 후 당뇨병이 개선된다는데?
“수술 이후 큰 폭의 체중감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상 체중인 당뇨병 환자들도 병을 호전시키기 위해선 체중감량이 필수적이다. 또한 비만대사수술은 당뇨병 발생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효율적으로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을 호전시킨다.”
수술 후 입원 기간과 식이조절은?
“대체로 수술 후 3~5일 사이 퇴원이 가능하다. 중증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해당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입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수술 후 4주간은 미음 등 유동식 위주로 식사하며, 섭취량을 늘리기보다는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를 단백질 위주로 전환하고 위식도역류를 예방해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의 대부분이 수술 전 이미 지방간으로 간 수치가 상승해 있으므로 수술 후에도 술은 안 마시는 게 좋다.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따로 없지만, 칼로리가 높거나 탄수화물 등 당이 많은 음식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통계적으로 수술 후 얼마나 체중이 줄고 유지되나?
“수술 전 체중의 30% 정도 감량된다. 평균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수술 환자의 대부분이 2년 내 최하 체중을 찍은 후 3% 정도 증가한 상태가 유지된다.”
재수술을 하는 경우는?
“재수술은 위가 다시 늘어난 경우,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위식도역류질환이 발생한 경우, 체중이 최하에서 10% 이상 증가한 경우 실시하는데, 전체의 5% 미만이다.”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 등 예방
비만대사수술이 대사질환 외에도 암 등 주요 질환을 예방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는데?
“저를 포함한 고려대병원 연구진이 참여해 2023년 10월 국제 학술지 ‘비만 리뷰(Obesity Reviews)’에 게재한 연구 논문(‘Association of bariatric surgery with indicated and unintended outcomes’)에서 비만대사수술로 담석증 등 담낭 질환, 담도암, 대장암, 췌장암, 크론병(크론씨병)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비만대사수술로 게실 질환, 담낭암, 직장암, 급성췌장염, 간암, 바렛식도, 궤양성대장염도 예방 가능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비만대사수술은 일반적으로 체중의 30% 감량을 목표로 하지만, 20%의 체중감량만으로도 대사증후군과 논문에 나온 주요 질환까지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하다.”
비만대사수술을 고민하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히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질병으로부터 내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 액션(action)이자 중요한 투자다. 고도비만으로 고생하는 환자 중 수술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