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신사동 ‘옛날짜장’의 쟁반짜장(위쪽)과 볶음밥. 김도언 소설가 제공
우리 동네요, 중국집이요, 옛날짜장이다. 이런 구색이면 수다스러울 정도로 할 말이 많아야 하는데 이 집은 묘하게도 단골손님에게조차 많은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 좀 단호하게 말하면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집이다. 내가 이 집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도 할 말이 궁하지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년 동안 꾸준하게 다닌 집이어서 음식 맛에 대해서만큼은 과장 없이 정확히 말할 수 있다. 진짜 틀림없이 맛있다.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가격은 어쩔 수 없이 조정됐지만 맛은 아무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는 게 또 있는데 이 집 주인 내외의 과묵함과 고지식함, 그리고 원칙이다.
김도언 소설가
홀은 10평 안쪽이고 테이블도 많지 않아 3∼4인 가족 단위로, 친구 단위로 와서 조용히 먹고 간다. 낡고 투박한 간판도 그렇지만 이 집의 테이블이나 인테리어, 천장에 설치한 TV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이 집 내외는 음식 맛을 내는 것 말고는 도무지 다른 덴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의 그런 태도를 허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잠깐 다른 질문을 던져본다.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무얼까. 보통은 친절함과 다정함 같은 게 떠오른다. 거기에 겸손과 배려와 예의가 섞일 때 사람은 타인에게 끌리고 그를 신뢰하면서 친교의 단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고전적인 가치들이 어지간히 전도되고 윤리적 착종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그런 고유한 관계의 기반은 훼손되었다. 웃는 얼굴을 하고 타인을 속이고 타인을 증오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옛날짜장’ 사장님 내외분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두 분 사이에 이런 다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믿지 말고 자신을 속이지도 말고 우리 음식 맛에만 진실합시다.’ 나는 이런 우직함이 살랑거리는 상냥함보다 훨씬 믿음직스럽다.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