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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성들 “절대 침묵하지 않겠다”…SNS서 탈레반에 저항

입력 | 2024-08-29 16:21:00



“탈레반이 여성의 노래조차 금해도 우리는 계속 노래를 부를 것이다.”

2021년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각종 여성인권 탄압에 반발하는 아프간 여성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항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앞서 21일 탈레반 정권이 발표한 이른바 ‘도덕법’에 따르면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조차 내면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의 노래 부르기, 시 낭송 등도 금지된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행태에 많은 많은 여성들이 저항의 표시로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속속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타이바 술라이마니 씨의 영상이 화제다. 아프간 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서 그는 거울 앞에서 베일을 고쳐쓰며 “당신은 나를 침묵시켰다. 당신은 여성이라는 죄로 나를 집에 가뒀지만 나는 자유의 찬가를 부르겠다”며 노래했다.

아프간을 떠나 현재 동유럽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전직 여성 경찰관 잘라 자자이 씨 또한 자신이 유명 여가수 아리야나 사이드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공유했다. 자자이 씨는 AFP 통신에 “아프간 여성에 대한 억압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연대도 잇따랐다. 미국에 망명한 전 이란 여성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 또한 “아프간 자매들과 연대한다”며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아프간 여성 육상 선수 키미아 유소피의 여성 해방 구호가 주목받았다. 그는 4일 100m 예선 당시 자신의 번호표 뒤에 ‘교육’, ‘우리의 권리’ 등을 영어로 써 관중에게 선보였다.

탈레반은 1994년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신학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창설했다. 옛 소련의 침공, 오랜 내전 등에 지친 민심을 빠르게 얻어 2년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집권 세력이 됐다. 하지만 여성교육 및 취업 금지, 공개처형, 세계문화유산 ‘바미얀 석불’ 파괴 등을 자행하며 악명을 떨쳤다.

2001년 9.11 테러가 발발한 후 테러 주동자 오사마 빈라덴은 아프간에 잠시 은신했다. 탈레반은 당시 빈라덴을 넘겨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고 미국은 즉각 아프간을 침공했다. 뒤이어 등장한 친미 정권이 부패와 무능으로 민심을 잃고 미국 또한 막대한 전쟁비용과 인명피해에 지쳐 2021년 철군을 단행했다.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의 인권 탄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