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져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여성 A 씨(76)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운전자인 남성(82) 또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온라인커뮤니티) 2024.8.29/뉴스1
서울 한복판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고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개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싱크홀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지반 조사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달리던 SUV 갑자기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
2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땅속으로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남성(82)이 중상을 입었고 동승자 여성(76)은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성은 나중에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4.8.29/뉴스1
문제는 이 같은 싱크홀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2016년 57건이었던 싱크홀은 2017년 23건, 2019년 2019년 13건 등 다소 줄어들다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7건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매월 1, 2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6~8월의 강수량이 954mm로 연간 강수량(1400mm)의 약 70%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서울 지역 싱크홀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18건 중 38%인 83건이 여름철 우기(7~8월)에 집중됐다. 주로 낡은 하수관로로 인한 지반침하가 110건(51%)가 원인이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는 이전까지 구청 차원의 지반 상태 점검 등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라는 이유로 3월부터 구청이 진행한 지하 공동탐사 대상에서 빠졌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구청에서 임의로 위험성 조사 등을 할 수가 없다”며 “구에서 따로 해당 도로에 싱크홀 관련 조치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 전문가 “지반 조사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충분히 사전 조사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대부분이 빗물이나 낡은 상하수도에서 새어나오는 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미리 조사해 메우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인근 등에는 선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