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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기여하는 대학기술… ‘브릿지’ 10년, 국가 산업혁신 마중물

입력 | 2024-08-30 03:00:00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 포럼
대학 기술 상용화 지원 ‘브릿지 사업’… 대학 기술 개발 돕고 수요 기업과 매칭
10년간 대학 기술 이전 수입 두 배↑… “대학-지역산업 동반성장 맞춤 지원”




28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브릿지 비전 포럼에서 한국연구재단, 브릿지 사업단 관계자 등이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대학의 창의적 지식, 연구 기술 자산이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로 확실하게 전환됐다.’

28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주최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 · 브릿지) 사업 10주년 포럼’ 행사는 활기가 넘쳤다. 대학의 지식과 연구가 다양하게 사업화되고 창업으로 연계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조명하고 향후 10년 사업의 비전을 알리는 포럼이다. 이날 브릿지 사업을 주관한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대학 연구 인력, 브릿지 사업단 관계자, 민간 투자자 4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대학 자산의 개방과 공유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기술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과 기업-산업 사이의 다리가 제대로 놓였다며 성과를 호평했다.



● “지역 발전에 기여하도록 방향 전환”

브릿지 사업은 소위 대학에서 썩고 있는 각종 성과물들을 살리자는 거다. 성과물 중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하고 이전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창출된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시작됐다.

교육부 윤소영 지역인재정책관(국장)은 행사 시작부터 인사말 시간을 이례적으로 길게 할애해 브릿지 사업의 의미와 시작 배경을 되짚었다. “교육부의 대학 지원 사업 중 가장 특별한 사업”이라고 한 윤 정책관은 “브릿지 사업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얻어진, 대학의 창의적 자산으로 명명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생활 편의,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대학과 세상을 연결하는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정책관은 브릿지 사업을 대학 경쟁력 강화 기반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윤 정책관은 “내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 라이즈) 도입에 발맞춰 브릿지 사업도 대학에서 빚어내는 원석이 지역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이광복 이사장도 “대학과 기업, 정부가 아주 긴밀히 협력한 모범 사례”라며 “지난 10년간 대학 자산을 죽이지 않고, 개방적 협력을 통해 민간 기술 혁신을 가져오게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유기적인 브릿지가 국가 기술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학과 지역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한국엔젤투자협회 3자 간의 업무협약 체결식도 열렸다. “구글, 퀄컴 같은 회사의 공통점은 대학 실험실 기반의 창업 기업이라는 것”이라며 브릿지 사업의 10년 성과를 평가한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이재우 원장은 “치열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환경은 연구개발 추진체들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발굴한 핵심 전략 기술에 대해 우수 특허를 창출하고, 그 특허가 우리 기업들에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국엔젤투자협회 김채광 부회장도 “이제 세계 경제는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끌 것”이라며 “브릿지 사업을 통해 대학과 소통이 되는 많은 우수 기업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 창업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돕겠다”고 말했다.


김훈배 연세대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포럼에서 우수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 ‘죽음의 계곡’ 문턱서 대학 살려내다

브릿지 사업은 1∼3기 사업을 통해 ‘흙 속의 진주’를 발견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1기 사업에서는 20개 대학을 지원했다. 2기(브릿지 플러스 · 2018∼2022년)에서의 24개교를 거쳐 3기(브릿지 3.0 · 2023∼2025년)에서는 24개교를 신규 선정하고 총 3년간 지원하고 있다. 올 6월 6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했다. 3기 브릿지 3.0 사업에서는 588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10년 사업 경과를 설명한 가천대 이현애 브릿지사업단 기술이전센터장은 2014년 9월 23일 한국장학재단 24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교육부 정책 간담회를 언급했다. 이 간담회에서 브릿지 사업의 씨앗이 피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우수한 성과를 내고도 사업화 자금 부족 등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대학을 꼭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1, 2기 사업을 통해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기능 고도화로 국가 신산업 창출 기반이 확대되고, 대학의 사회적 기여가 활성화됐다.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 모색과 기술 사업화의 질적 향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3기 사업에서는 참여 대학의 건당 기술 이전 수입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브릿지 사업으로 잠재 기술의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기술 이전 사업화 프로세스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대학이 결국 죽음의 계곡을 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의 기술 이전 수입은 브릿지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4년 521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1005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기술 이전 건수도 같은 기간 3247건에서 5774건으로 늘어났다. 2022년 한양대와 LG화학은 수백억 원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세종대는 표준 특허 풀(Pool) 가입을 통해 매년 안정적인 기술 이전 수입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수사례 발표에서는 중대형 기술 이전 사업화 성공 사례와 관련 성과가 다수 소개됐다. 연세대는 1기 사업에서 기술 실용화 생태계를 조성했고, 2기에서는 창업 지원을 통해 자회사의 상장을 이끌어냈다. 3기에서는 대학 기술을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 기반을 마련해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후 지분을 팔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에피바이오텍(구 스템모어)’이 대표 사례다. 연세대와의 브릿지 사업을 통해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탈모 연구를 한 약대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1기에서 탈모 치료 기술을 발굴하고 검증 과정을 거쳐 창업을 했다. 2기에서는 자금과 기술 지원을 강화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조정했다.

이어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3기 사업 기간인 지난해 7월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설립 초기 회사는 탈모 방지, 모발 성장 촉진용 조성 기술만 있었다. 자본금 1억 원, 인력은 3명. 현재는 탈모 세포 치료제, 항체 치료제, 합성 의약품 영역까지 기술력을 넓혔다. 자본금은 11억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직원도 21명이다. 2015년 1월 기업 가치는 1억 원이었는데 2022년 12월에는 572억 원이 됐다.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 돈을 대학에 재투자했다.

세종대의 경우는 브릿지 사업 이전인 2014년 교원 창업이 7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재는 28곳으로 증가했다. 창업 매출액이 같은 기간 30억 원에서 11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해외 특허 등록도 6건에서 61건으로 늘었다. 기술 이전료는 3억 원에서 이제 연간 149억 원에 달한다.

특히 동영상 표준 특허 수익화 부문에서 발군이다. 세종대는 브릿지 사업으로 영상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기술인 동영상 코덱 표준 특허를 창출해 높은 시장성을 확보했다. 로열티만 약 200억 원이다. VVC(Versatile Video Codec)에 이어 AV1(AOMedia Video 1)까지 표준 특허풀에 가입했다. 세종대 홍서경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인 로열티 수익을 기대한다. 후속 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기술 이전 사업을 통해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브릿지된 대학-기업, 브랜드로 키워야

이날 행사에서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작가(전 바이브컴퍼니 부사장)가 기념 강연자로 참석자들의 의지를 끌어올렸다. 송 작가는 자기 삶의 주체적 의사 결정을 잘하는 사람의 힘이 커지고, 조직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핵개인 시대’를 자신의 저서(‘시대예보’)에서 예고했다. 이 키워드에서 대학과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송 작가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 또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대학과 기업의 최초 시도와 도전, 그리고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어떤 사안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며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강조했다. 송 작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더라도 구글에 넣고 검색해서 단어가 나오면 뭔가 하려는 생각은 접어라”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은 또 대학이 보유한 특허, 기술 등을 이전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에 대한 IR 피칭과 민간투자자와 일대일로 소통하는 ‘Meetup’ 행사도 진행됐다. IR 피칭에는 35개사가 참여했다. 민간투자사 심사역 65명, 에인절 투자자 45명 등 110명이 ‘Meetup’에 참여했다. 기업들에는 투자자들과 연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최종 투자 협약 체결은 11월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산학연 협력 엑스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패널 토론에서는 앞으로 브릿지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브릿지 사업의 향후 10년에는 브랜드화, 전문화 등이 필요하다. 독창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로 키워 나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은 자체 펀드,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생력을 더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