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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바다 메워 ‘여의도 1.3배’ 땅 조성… ‘케이슨’ 기술의 힘

입력 | 2024-08-30 03:00:00

[달라진 해외 건설수주] 〈7〉 현대건설, ‘투아스 핑거3’ 매립현장
해양 토목공사 핵심 구조물 ‘케이슨’… 12층 크기 만들어 수심 25m에 설치
227개 일렬로 놓아 총 길이만 9km… 부식 되지않게 화학물질 자동분사
현대건설, 지금까지 국토 7% 넓혀




27일 오전 싱가포르 최서단 지역 투아스의 ‘투아스 핑거3’ 매립 공사 현장에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투아스 핑거3는 바다를 메워 컨테이너 터미널 4곳을 건설하는 ‘투아스 메가포트(항만) 프로젝트’ 중 세 번째 공사 현장이다. 투아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27일 오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최서단 지역 투아스의 ‘투아스 핑거3’ 매립 공사 현장. 흙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 수십 대가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트럭 행렬의 길이는 5km가 넘는다고 했다. 덤프트럭이 바다 앞에 모래를 쌓자 대기하던 굴착기가 모래를 떠 바다에 부었다. 현장에 매일 투입되는 덤프트럭은 최소 1000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거의 1분에 1대씩 투입되는 셈이다.

투아스 핑거3는 바다를 메워 컨테이너 터미널 4곳을 건설하는 ‘투아스 메가포트(항만) 프로젝트’ 중 세 번째 공사 현장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해상 토목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총면적 387ha는 여의도의 1.3배에 해당한다. 공사비는 13억1100만 달러(약 1조75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공정은 75%로, 2년 전만 해도 수심 20m 이상의 바다였던 곳에 육지가 조성되고 있다.



● 해양 토목의 핵심, 12층 크기 ‘케이슨’ 제작

현대건설은 2018년 2월 일본 펜타오션,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와 손잡고 이 공사를 수주했다. 지분은 현대건설과 펜타오션이 각각 35%, 보스칼리스가 30%다. 3개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따내긴 했지만 핵심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현대건설은 케이슨 제작 및 설치를, 나머지 2곳은 준설과 매립을 담당한다.

케이슨은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접안할 때 맞닿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방파제 역할도 한다. 케이슨이 항만 테두리에 먼저 자리를 잡아야 그 안쪽에서의 매립이 본격 시작된다. 김광섭 현대건설 투아스 핑거3 현장소장은 “케이슨 제작과 설치는 대형 해양 토목 공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공정”이라며 “중국 기업 등이 저가 수주로 밀고 들어오지만 우리 기술력과 노하우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투아스 핑거3에 사용되는 케이슨에는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케이슨 1함의 크기는 12층 아파트 1개 동과 맞먹는다. 가로 40m, 높이 30m, 폭 20m 크기인데, 무게는 1만3500t이 나간다. 사업에 투입되는 케이슨은 총 227함으로 일렬로 놓았을 때 길이가 9.1km다. 회사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케이슨 바닥에 쓰이는 철근을 선조립해 1함당 공기를 8시간 단축했다. 산술적으로 1816시간, 그러니까 총 76일을 아낀 것이다. 여기에 벽체 콘크리트 작업 속도를 기존 작업 대비 40% 향상시켜 총 3개월을 단축했다.

바닷물에 닿는 케이슨이 부식되지 않게 외부에 화학물질인 실레인을 도포하는 작업도 자동화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크레인을 타고 12층 높이에서 일일이 실레인을 분사했는데 현장에서 자동화 시설을 개발했다고 한다. 조성재 투아스 핑거3 공무팀장은 “실레인 자동화 도포 장비는 2020년 싱가포르 건설협회에서 주최한 안전 및 건강 혁신 부문에서 최고인 금상을 받았다”며 “싱가포르 정부와 기관, 발주처 등과 신뢰를 더 쌓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제작이 끝난 케이슨을 운송하고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현대건설은 케이슨을 2만 t급 플로팅 독(물 위에 뜨는 선박 거치 설비)에 실어 바다로 운반했다. 예인선이 플로팅 독을 끌고 정해진 위치에 도착하면 바지선이 수심 25m 바다에 케이슨을 설치한다. 케이슨 사이 간격은 10cm를 넘지 않는다. 배를 타고 바다에 설치된 케이슨을 직접 살펴보니 간격에 손바닥 하나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대웅 투아스 핑거3 공사팀장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케이슨이 바닷속에서 정확히 자리를 잡도록 한다”며 “227함 중 185함이 설치됐고 공사 일정에 맞춰 42개 함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 싱가포르 국토 7% 확장한 현대건설

싱가포르에서 투아스 핑거3를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제주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바다를 메워 국토를 확장하는 게 핵심 과제다. 현대건설은 1981년 풀라우테콩 공사를 시작으로 창이 국제공항, 테콩섬 2단계, 투아스 핑거1 등 싱가포르의 굵직한 해상 토목 매립 공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이 확장한 싱가포르 국토는 전체 면적의 7%나 된다.

향후 발주가 나올 주요 매립 사업으로는 핑거3 현장 바로 옆 핑거4를 비롯해 국제 크루즈 터미널, 투아스 북부 등이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장 싱가포르에서 2030년경 해수면 상승을 우려해 섬 남단 롱아일랜드 쪽에 매립 사업을 계획 중”이라며 “현대건설이 케이슨을 처음 적용한 1976년부터 기술력을 축적해온 만큼 수주전에서 강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싱가포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간척 사업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지원센터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네시아 등 섬나라를 중심으로 간척 사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전 세계 공항 및 항만 개발 과정에서 많은 매립 공사들이 발주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간척 사업은 단순히 공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도로와 도시 개발 등 추가 수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아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