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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공룡 깨운 지 200년… “아직도 땅속은 화석 창고”

입력 | 2024-08-30 03:00:00

‘공룡 연구’ 강국 영국을 가다
‘거대한 턱뼈’ 발굴해 최초로 연구… 올 2월에도 새로운 익룡 화석 찾아
최신 기기-전문가 모여 연구 활발… 화석 방치 땐 자연 현상으로 유실
지속적 발굴 위해 시민 채집 허용… “생명의 진화 복원할 소중한 자산”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메갈로사우루스 턱뼈 복제품들. 200년 전 메갈로사우루스 턱뼈를 그린 그림부터 올해 최신 기술로 복원한 복제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과학동아 제공


“이것이 200년 전 그려진 메갈로사우루스의 턱뼈 화석입니다. 200주년을 맞아 실물 크기로 복원했죠.”

19일(현지 시간) 영국 옥스퍼드 시내 중심에 있는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에서 에마 니콜스 큐레이터가 설명했다. 뾰족한 삼각형 이빨에 울퉁불퉁한 뼈의 질감까지 그대로 재현한 턱뼈를 보자 쥐라기 시대 거대한 육식 공룡이 연상되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메갈로사우루스는 200년 전 최초로 공룡 연구의 문을 열어젖힌 공룡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윌리엄 버클랜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턱뼈의 주인을 그리스어로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뜻의 ‘메갈로사우루스’로 명명하는 논문을 1824년 발표했다.

그로부터 17년 후인 1841년 영국의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은 파충류와 해부학적 차이를 보이는 메갈로사우루스를 ‘다이노소어(무섭게 큰 도마뱀이라는 뜻)’라는 새로운 동물로 분류했다.

메갈로사우루스의 턱뼈 화석을 200년 동안 보존해 온 옥스퍼드 자연사박물관은 공룡 연구 200주년을 맞아 10월 메갈로사우루스 턱뼈 특별 전시를 연다. 이곳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공룡 화석 연구는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어서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유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영국이 공룡 연구 강국 된 비결은 ‘꾸준함’


공룡 연구 200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는 런던도 다르지 않았다.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공룡 화석을 다수 소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인류가 두 번째로 이름을 붙인 공룡 ‘이구아노돈’을 포함해 약 157개의 공룡 화석이 전시돼 있으며 300점 이상의 화석이 연구를 위해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 귀중한 화석이 많은 이유는 오랜 역사를 거쳐 연구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국에서 발견된 화석 대다수는 런던자연사박물관으로 모인다. 척추고생물 분야의 대가 폴 배럿 런던자연사박물관 교수는 “공룡 화석 연구에 최적화된 최신 기기들과 전문가가 이곳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 연구자들과 꾸준히 공동 연구를 하며 귀중한 화석 표본을 계속 수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공룡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2월에는 쥐라기 중기에 살았던 새로운 익룡인 ‘케옵테라 에반세’의 화석을 찾았다. 이 발견은 트라이아스기부터 쥐라기까지 살았던 롱코그나타류 익룡과 쥐라기 후기부터 백악기 말기에 살던 프테로닥틸루스아목 익룡 사이를 이어주는 실마리가 돼 익룡의 초기 진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 화석 주운 사람이 ‘임자’

쥐라기 해안에서 화석을 채집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해수욕부터 화석 채집까지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과학동아 제공

18일 방문한 영국 남부 도시의 쥐라기 해안에는 놀랍게도 망치와 정으로 해안가에 떨어진 돌을 두드리며 화석을 채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은 길이가 153km나 되는 해안을 따라 노출된 절벽에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까지의 지질 시대 암석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들이 화석을 채집하는 이유는 영국에서는 사유지가 아닌 공용지에서 채집한 화석을 주운 사람이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화석 전문 사냥꾼은 수억 년 전에 번성했을 작은 암모나이트 화석을 건네기도 했다.

자칫 세계유산을 망가뜨릴 수 있는 채집을 허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시민들의 발굴이 유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쥐라기 해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담당했던 리처드 에드먼드 전 쥐라기 해안 관리소장은 “강한 파도가 지층을 깎는 쥐라기 해안의 특성상 화석을 계속 채집하지 않으면 화석이 바다로 사라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계속해서 화석을 발굴하도록 하는 것이 유실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발굴된 화석 중 연구 가치가 높은 화석은 박물관이나 연구단체에서 비용을 지불해 사간다.

에드먼드 전 소장은 “화석은 40억 년 생명의 진화 역사를 복원하는 도구”라며 “과거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탐구해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200년 전 화석을 보존하고 오늘날 새롭게 발견되는 화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다. 에드먼드 전 소장은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옥스퍼드=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