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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매출 2배’에도 주가 급락… ‘AI 거품’ 불안

입력 | 2024-08-30 03:00:00

2분기 실적, 월가 전망치 넘었지만
‘블랙웰’ 생산 지연-성장세 둔화에
글로벌 반도체기업 주가 동반하락
업계 “일시적 문제… AI 성장 계속”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표하는 엔비디아가 28일(현지 시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실적 상승 폭이 줄어든 데다 차세대 신제품 ‘블랙웰’ 생산 지연 문제로 실적 발표 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AI 수요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매출 122% 올랐지만…시장은 “글쎄”

엔비디아는 이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발표한 자체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3분기(8∼10월) 매출은 약 325억 달러(43조3700억 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 모두 각각 287억 달러와 317억 달러를 예상했던 월가 전망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AI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었다. 매출 증가율122%도 높은 수치지만, 앞서 보여준 3개 분기 연속 200%대 성장에 비해서는 ‘서프라이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야심작인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정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에서 블랙웰 결함으로 내년 1분기로 생산이 미뤄질 것이란 보도를 일부 확인한 것이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11월∼내년 1월)에 블랙웰이 수조 원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피해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8.4%까지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폭발적인 분기 실적에 익숙해졌는데 이번 수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실망스러운 전망과 오랫동안 기대했던 블랙웰 칩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평가했다.

● 황 “생성 AI 열풍은 계속될 것”

AI 열풍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국내 반도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블랙웰 신제품에 들어갈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HBM3E’ 물량 수주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각각 3.14%, 5.35%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으며 4분기(10∼12월)부터는 12단 제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이다. 블랙웰 신제품 출시 지연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공급 차질 위기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황 CEO는 이날 “생성 AI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매우 다양하다. 생성AI 모멘텀은 가속화되고 있다”며 AI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계 데이터센터의 구식 장비를 교체하려면 1조 달러의 장비가 필요하다. 교체 프로세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블랙웰 차질은 설계상의 일시적인 문제로, 전체적인 AI 시장 성장세에 대한 전망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5년 뒤인 2029년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35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