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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로보틱스, 밥캣 흡수합병’ 철회… 밥캣 상장폐지 없이 자회사 편입 방침

입력 | 2024-08-30 03:00:00

밥캣 주주 반발-금감원 압박에 포기
에너빌리티서 분할은 계획대로 진행




두산이 그동안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휘말렸던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흡수합병 계획을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그 대신 두산은 두산밥캣 상장 폐지 없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시킬 방침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전량 공개매수한 뒤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고 양사 합병 순으로 진행하려던 기존 계획을 발표 한 달 만에 폐기한 것이다. 두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교환 이전 결정 정정사항’을 이날 오후 5시 공시했다.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기존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구조 개편의 본래 목적이던 사업 시너지를 위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두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을 수정한 것은 금융 당국과 주주들의 반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년 적자’ 두산로보틱스와 ‘캐시카우’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이 양사 주가를 반영해 ‘1 대 0.63’으로 산정된 이후 논란이 커졌다. 두산밥캣 주주는 1주당 0.63주의 로보틱스 주식을 받는다는 얘기다.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라며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이달 26일 두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두산 압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 개편 자체가 좌초 위기로 내몰리자 두산 측이 고심 끝에 합병 계획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당초 4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지분율)은 19.3%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시장과의 소통과 제도 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산 측은 처음 개편을 준비했던 취지대로 이번에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7000여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던 두산밥캣을 분할하면서 줄어든 차입금과 비영업 자산 매각 등으로 기존 계획에서처럼 1조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제작 시설 확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까지 총 5년간 62기 이상의 원자로를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이사회의 결의 내용이 반영된 정정신고서를 추후 금융 당국에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한 뒤 다음 달 25일로 예정돼 있던 주주총회를 포함해 개편 추진 일정을 재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두산이 기존 흡수합병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전일 대비 4.84% 오른 6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 역시 전일 대비 1.02% 상승한 14만7900원에 마감했다. 반면 두산밥캣을 잃게 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3.95% 하락했고, 불확실성이 남은 두산밥캣도 3.33% 떨어졌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