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설 회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근린공원 축구장에서 볼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 꿈을 포기했던 그는 20대 후반부터 생활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공을 차며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축구 명문 대구 대륜중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찍 포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생활축구 동호회로 향했다. 정진설 서울 서초구축구협회 회장(62)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하는데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부를 했죠. 그런데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 잡고 살 만해지니 축구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가입해 공을 차기 시작했죠.”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주말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 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정 회장은 재능기부도 한다. 2021년부터 서초구축구협회 재능기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축구와 여성축구 교실은 물론이고 육상 등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 회장은 “서초구의 지원을 받고 있어 우리도 사회적으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당초 더 일찍 시작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늦어졌다.
두 아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한 것도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더 불태웠다. 큰아들은 일찍 축구를 그만두고 현재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고려대를 거쳐 프로팀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었다. 둘째는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한 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솔직히 저도 축구를 일찍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였거든요. 아들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강하게 말렸어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 의지대로 안 된다고…. 그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 보니 축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어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비형 미드필더다 보니 제가 좀 많이 뛰어다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잘 뛴다는 평가를 받아요. 물론 주말 축구로만은 이렇게 뛸 수 없죠. 주중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는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재미에 삶이 즐겁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